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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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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목과 허리 통증은 물론이고 그동안 컴퓨터 작업이 많은 화이트칼라층에서 주로 발견되던 ‘반복사용 긴장성 증후군(RSI·Repetitive Strain Injury)’이 어린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대표적인 RSI는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고 감각이 없어지는 손신경 질환인 수근관증후군.
인간환경공학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연약한 몸 때문에 부상 위험이 더욱 크다고 주장한다. 작은 체구를 어른용 컴퓨터에 맞추면서 불편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인간공학 전문가인 셰릴 베넷은 “RSI를 알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며 “지금 어린이들이 또 20년 뒤에는 어떤 신체적 결함을 보일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여름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던 국제인간공학협회 회의에서 호주 커틴공대의 레온 스트레이커 교수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호주와 캐나다에서 컴퓨터가 설치된 43개 교실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는 등 인간환경공학 기준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것.
또 호주의 3개 학교에서 실시된 같은 실험에서 10∼17세 학생 314명 중 60% 정도가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어린이의 컴퓨터 사용이 부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디자인 및 환경분석 전문가인 코넬대의 앨런 헤지 박사가 최근 ‘인간환경공학과 어린이’에 관한 상설위원회를 만들자고 나선 것도 구체적인 사례를 모아 연구에 활용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일반인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 학교측도 컴퓨터 보급에 열중한 나머지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이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로체스터대 시각과학센터의 잉거 윌리엄스 박사는 교실에 상자나 방석을 구비하는 등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보조물을 사용하면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좀더 편한 자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컴퓨터 관련 증후군은 3∼5년간의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문제에 매달려야 한다.” 최근 코넬대 웹사이트(ergo.human.cornell.edu)를 통해 올바른 컴퓨터 자세를 소개하기 시작한 헤지 박사의 말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