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뒷심달린 '고함작전'

  • 입력 2001년 1월 5일 18시 33분


6·25전쟁 당시 중공군(현 중국군)이 쓴 ‘인해전술’은 엄청난 병력이 꽹과리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진격하는 작전으로 당시 한국군과 연합군이 그 소리에 아예 기가 질렸을 만큼 심리전의 효과를 톡톡히 해냈다.

5일 열린 슈퍼리그 배구 여자부 담배인삼공사―도로공사전.

도로공사팀은 경기 초반부터 코트안의 6명의 선수는 물론 벤치에 앉아 있는 11명의 선수까지 담배인삼공사 선수들을 향해 쉴새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뿐인가. 반대 코트에 서있는 상대선수들을 향해 손가락질과 함께 “공격은 쟤야” “서브 간다” 등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코트 가까이 앉아있는 관중들이 얘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

도로공사의 이 작전은 경기 초반 주효했다. 고함소리에 담배인삼공사 선수들은 넋이 빠진 듯 손쉬운 공도 번번이 놓치며 내리 두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이 작전의 성패는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는 것. 경기 시작 1시간이 넘어선 3세트 막판부터 담배인삼공사 선수들이 이 고함소리에 익숙해지며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거푸 두세트를 만회한 담배인삼공사는 마지막 세트에서는 도로공사 선수들의 작아진 목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역전승을 거뒀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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