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게임 불법복사 다룬 일본만화 놓고 논쟁 가열

  • 입력 2001년 1월 5일 09시 48분


일본 유명 게임잡지에 한국에서 게임 소프트웨어가 마구 불법 복제되는 내용이 실려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또 이 내용이 한국 게임사이트와 천리안 등 PC통신에 한글로 번역돼 실리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6일 게임업계와 네티즌들에 따르면 일본 유명 게임잡지인 ‘패미통(www.famitsu.com)’이 지난해 12월15, 29일호에 국내 소프트웨어 게임 불법 복사물 유통에 관한 내용을 게제하고 이를 국내 게임사이트 ‘룰리웹(www.ruliweb.com)’이 12월30일과 올해 1월 1일에 올렸다.

룰리웹에는 게제 이후 5일까지 이 만화들의 조회건수가 2만여건에 달하는 등 게이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나우누리, 천리안, 게임메카 등 게임 관련 PC통신이나 웹사이트에서는 만화의 내용을 둘러싸고 사실을 적절하게 그렸다는 반응과 한국 게임 시장을 의도적으로 폄하한 내용이라는 의견들이 폭주하고 있다.

‘전뢰유기 IN 한국(戰腦遊技 IN 韓國)’ 라는 제목의 만화는 작가가 르포형식으로 직접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와 남대문시장 등을 둘러본 내용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으면 사진을 곁들여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 만화의 내용이 사실을 과장한 면이 있고 내용도 비꼬아 표현했다는 것.

예를 들어 용산전자상가를 ‘도둑시장’ 등으로 표현한 것이나 한국은 CD 제품은 다 복사제품일 것이라는 내용 등이다.

이 만화를 웹사이트에 올린 ‘룰리웹’ 운영자 박경욱(26) 씨는 “국내 게임 불법 복사 문제를 잘 지적한 것으로 생각돼 사이트에 올리게 되었다”며 “전체적으로 비꼬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madmacg4’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고발성 만화일 뿐이지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기분은 나쁘지만 긍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risk102’ 라는 ID의 네티즌은 “전에 패미통에서 대만에 가서 복사물 실태에 대해 그린 만화가 있었다”며 “이번 만화는 한국 상황을 그린 것이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만화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달빛’이란 ID를 쓰는 네티즌은 “만화가 너무 비꼬아서 묘사하는 점이 불쾌하다”며 “비록 사실이라고 해도 묘사하는 방식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잘못이다”고 했다.

‘김태석’ 이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은 “한국에 일본 아케이드 게임과 유사한 제품이 있는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게임성 등에 있어서 일본 것 보다 앞서는데 비난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pluujjang’이라는 ID의 네티즌은 “내용이 사실과 크게 틀리지는 않지만 일본에서 유명한 게임잡지에 이런 만화가 실려서 일본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만화는 1부는 ‘한국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전자 오락실에 일본 아케이드 게임과 유사한 게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복사 소프트웨어가 많다고 들었다는 점 ▲한국에 일본 만화가 많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2부는 ‘용산전자상가’ 편으로 용산전자상가를 ‘도둑상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드림캐스트’와 곁 모양이 비슷한 게임기 들이 사실은 8비트 게임기인 일본 닌텐도 사의 패미콤을 모조했다는 것 ▲한국에 불법 수입되는 ‘플레이스테이션’에 복사 소프트웨어가 실행되게 하는 ‘MOD칩’이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는 것 ▲비디오게임 복사 CD 가 500엔이라는 것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비밀 창고에 복사 CD를 숨겨두고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미리 가게를 닫는다는 내용들이 다뤄지고 있다.

양희웅/동아닷컴 기자 heew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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