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 노인과 담배 한 개비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55분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입구.

연말을 맞아 선물 보따리를 잔뜩 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그 와중에 초라한 모습의 한 할아버지가 백화점 앞 버스정류장 근처를 돌아다니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대부분의 행인은 귀찮다는 듯 모른 척하고 지나쳤다. 간혹 동전 몇 푼과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 할아버지 손에 올려놓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한 청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버스 요금밖에 없어요.”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등을 향해 청년이 다시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혹시 담배 피우시면 한 대 피우실래요?”

뒤돌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할아버지에게 청년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주고 정성껏 불까지 붙여 주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고맙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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