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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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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丁世均·민주당)〓세부 삭감안을 왜 안 내놓느냐.
이한구(李漢久·한나라당)〓민주당이 삭감안을 안 내놓으니 우리도 안내놓은 거다.
정우택(鄭宇澤·자민련)〓거짓말하고 있네.
이한구〓우리가 민주당하고 같은 줄 아나. 제발 수준 좀 높여요.
정철기(鄭哲基·민주당)〓말조심해요.
정세균〓삭감안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내놔야지, 왜 꿀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나.
이한구〓까딱하면 민주당이 악용할 것 같아 안내놓은 거지
정우택〓도대체 예결위 소위가 뭐하는 덴 줄 아나.
이한구〓우리 당 안은 심의도 안해놓고 뻔뻔스럽게 말하지 마라.
정세균〓(삿대질을 하면서) 뻔뻔스럽다니 어디서 그 따위야.
이한구〓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장재식(張在植)예결위원장은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그 순간 정우택의원이 이한구의원 쪽으로 달려가 멱살을 부여잡고 몸싸움을 벌여 회의장은 순식간에 수라장으로 변했다.
정철기〓넌(이한구의원) 초선이라 잘 몰라.
정우택〓이한구는 연구소에 있어야 하는데 왜 와서 흙탕물을 튀겨.
이한구〓자네는 정치색이나 똑바로 해. 선배도 없느냐.
정우택〓조세부담률은 연구소에 있는 사람이나 주장하는 거지.
이한구〓참 저런 수준을 갖고. 한심하다, 한심해.
정우택〓나라를 망치겠다. 예산안 10% 감축이라니….
이한구〓그래 여당에 붙어서 잘해봐라. 장관 한 자리 해보려고 그러느냐.
정세균〓대우를 망쳐놓고 나라까지 망쳐놓으려고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싸움을 말려 10여분 만에 소동이 끝났으나 싸움의 당사자들은 서로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총삭감액 4조7500억원, 순삭감액 3조원 규모의 양보안을 공식 제시했다. 전날 밤까지 6조원 정도의 순삭감을 주장했던 강경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
특히 장재식 예결위원장과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의원이 이날 새벽 각각 2500억원과 1조원 규모의 타협안을 제시하며 막후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자 타결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또 한나라당 소속 소위 위원들이 전날 저녁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 예산안의 조기 처리를 설득한데 이어,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이총재의 기자회견도 취소돼 이총재의 입장이 상당히 누그러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여야간 비공개 간담회를 거친 뒤 정오경 소위가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강두 의원은 회의 직전 “아무래도 투사(鬪士)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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