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시대]부시 '감세공약' 관철될까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5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장기 호황 끝에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겠다며 자신의 핵심 선거 공약인 대규모 세금 감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부시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향후 10년간 모두 1조3000억 달러의 각종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올 회계연도 연방 정부의 재정 흑자가 사상 최고인 2370억달러에 이르고 앞으로 흑자가 눈덩이처럼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득세 상속세 등 대규모 감세를 통해 ‘국민의 돈’인 재정 흑자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

그러나 민주당과 중립 기관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 돈은 국채를 갚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감세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 당선자의 공약 관철에는 마찰과 갈등이 따를 전망이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중진들도 부시측에 감세 공약을 서두르지 말도록 권유하는 실정.

그럼에도 부시 당선자는 17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서도 감세는 필요하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이날 자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도 “내가 제시한 감세 규모는 적절한 것”이라며 “감세 문제를 놓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도 이날 CBS 방송에 출연, “최근 경제 성장 둔화로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갈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감세를 공세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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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앤드루 카드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은 폭스TV와의 회견에서 “경제가 악화되더라도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감세”라고 거드는 등 부시 진영의 핵심들은 일제히 감세 주장에 힘을 모았다.

이들은 감세가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줘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는 등 경기 부양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시 당선자가 18일 사상 최장기 호황을 가능케 한 주역으로 꼽히는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과 회동한 것도 그의 속내를 떠보기 위한 것.

반면 그리스펀 의장은 건전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베이비 붐’ 세대들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선 안정된 재정 흑자가 필요한 만큼 감세는 곤란하다는 입장.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시 당선자가 감세 정책을 놓고 소신이 강한 그린스펀 의장과 정면 충돌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부시 당선자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그린스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바람에 재임 중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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