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미국경제 상황과 증시의 싼타랠리 가능성

  • 입력 2000년 12월 6일 08시 34분


미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은 물론 메릴린치 등 유명 금융기관들도 미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고성장-저인플레'를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 '신경제'를 기치로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치솟은 미국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에 적신호가 켜진 때문이다.

올해만도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 유력시되는데다 자금은 국채시장으로만 몰리는 등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제성장 팽창속도가 급속히 둔화되는가 하면 주가는 연중 최저치에서 헤매고 있다. 기업수익과 투자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늘고있다.

채권시장은 말이 아니다. 회사채 가격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유통수익률은 연일 하늘로 치솟는다.

금리는 높고, 증시도 불황이어서 기업들의 자금마련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BBB'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최근 13.0∼13.5%대에서 요동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으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도산했던 지난 98년 10월의 10.3%보다 무려 대략 3%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특히 미국 43대 대통령 선거 결과의 지연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강하게 뒤흔들고 있다.

문제는 미국경제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는 점이다. 미국경제가 경착륙하게 되면 세계경제가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국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우리 증시가 휘청이는 것도 알고 보면 미국경제와 증시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다. 미국경제와 증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연착륙과 경착륙의 기로에 놓인 미국경제

미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연착륙 또는 경착륙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미 경제에 대한 의견이 크게 상충하자 최근에는 미국경제가 '중(重)착륙(rough landing)'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연착륙, 경착륙도 아닌 '무겁고 거친 착륙'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이 30년래 최저수준을 보이며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거의 변동하지 않고 있다.

반면 최근 나스닥 등 증시의 침체와 기업들의 신용경색, 국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 확대 등이 미 경제의 경착륙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선 거시지표를 살펴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를 달성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2%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92년 최고 7.8%에서 하락해 현재 3.9%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식 신경제인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의 기조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긴축정책실시의 영향으로 미 경제는 올 하반기부터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3/4분기 GDP상승률 수정치는 연율 2.4%를 기록했으며 무역수지 적자폭은 매월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김정렬 연구원은 이런 부진의 이유를 “3/4분기 미국의 민간 소비지출이 4.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연방 및 지방정부 지출 증가는 1.5% 감소하여 전분기 4.8%에 비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같은 기간 민간설비투자가 연율 5.7%로 전분기 17%보다 크게 둔화되었으며 기업투자 증가율은 연율 7.8%로 전분기 14.6%에 비해 급격히 하락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는 보통 경기 선행지표로 해석됨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전망 또한 그리 밝지는 않다. 뉴욕의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수석 연구원 앨런 시나이는 "최근의 경기자료는 앞으로 상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며 "경기 경착륙(Hard Landing)이 일어날 것"을 확신한 바 있다.

그는 경기 후퇴의 장기화로 실업률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다.

반면 호불황을 좌우하는 커다란 요소인 금리정책의 추이를 지켜보며 미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들은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함에도 불구, 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지 않는데다, 금리차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이 우려돼 조만간 금리정책은 최소한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AP통신의 경제평론가 마틴 크루트싱어는 "미국 연준리(FRB)의 금리인하에 따라 인플레와 침체없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연착륙과 경착륙의 판단여부는 '성장의 질(質)'에 많이 좌우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미국경제는 현재 ‘골디락스 경제’라고 불릴 만큼 건강하다. 여전히 실업률은 3%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소비자들의 소비욕구도 가장 왕성하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구가해온 성장의 질이 그만큼 건실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FRB는 미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침몰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시장으로부터 '경제예방 주치의'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정책이다. 지나치게 강한 달러화 가치가 국제금융시장을 왜곡시키며 통화 상대국가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세계경제 둔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만 MIT대학교수를 비롯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물론 경제관련 기관 및 금융기관들이 오는 19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 발표될 금리정책의 기조가 적어도 내년 금리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조지 부시가 몸담은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강한 달러'를 정책목표로 삼고있다. 같은 공화당 소속으로 작년 6월말 이후 6차례의 금리인상으로 '강한 달러'를 유도한 그린스펀 의장이 부시 당선자에게 어떤 정책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연말 '싼타랠리'가 기대되는 미국증시

나스닥 지수가 곧 큰 폭의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올 연말이후 미국 증시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MSDW)의 글로벌 전략가 바톤 빅스는 최근 내주중 나스닥 지수가 최소 500포인트에서 최대 1000포인트의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스닥지수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현 지수대에서 10% 추가 하락한 후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폭락으로 위축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경착륙 전망이 우세하다. 각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년도 경제 성장율을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연준리(FRB)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동차 3대 제조업체의 판매실적이 줄었고 1인당 GNP도 감소했다. 각 기업들은 내년도 신규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대선 결과.

전반적인 분위기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침체된 증시가 다소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미 대세를 주도하는 부시가 이길 경우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상승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미국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상반기까지는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3월 혹은 6월중에 FRB의 금리인하 조치가 단행된다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시의 승리가 가시화되면서 제약과 방위, 담배, 에너지 등 이른바 '부시 수혜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의 공약인 감세 정책 또한 증시에는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 증시는 경기 둔화라는 악재와 FRB의 금리인하 가능성 및 감세 등 부시의 공약 이라는 호재가 뒤엉키면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김기성 basic7@donga.com

오준석 droh@donga.com

양영권 zero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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