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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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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의 ‘클론’을 만들려는 시도도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시애틀(실리콘 포리스트), 텍사스 오스틴(실리콘 힐), 시카고(실리콘 시티), 뉴욕(실리콘 앨리), 워싱턴DC(실리콘 도미니언), 마이애미(실리콘 비치), 노스캐롤라이나(실리콘 트라이앵글), 일리노이(실리콘 프래리) 등이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 이스라엘, 대만, 한국 등도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리콘 돌리(Dolly)’는 탄생하지 않았다.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가 발표한 ‘인터넷 클러스터 분석 2000’에 따르면, IPO(기업공개) 수에서 타 지역의 실적은 실리콘밸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소로 꼽히는 좋은 두뇌집단, 대규모 밴처캐피털, 실용적 연구중심 대학, 개방적인 기업문화, 그리고 정부의 지원 등을 이식했지만 똑같은 성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컬럼니스트 이라 세이거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밸리의 요소는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도 실리콘밸리를 진정으로 복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비밀은 유전자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돌리’를 탄생시키려면 또다른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는 마치 ‘돌리’가 체세포내에 일부 가동이 정지된 염색체를 활성화시키는 이른바 ‘염색체 리셋(reset)’과정을 거쳐 재창조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클론이 되기를 거부할 때, 진정한 ‘밸리의 클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성공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시애틀의 실리콘 포리스트, 보스턴 루트 128, 뉴욕의 실리콘 앨리, 그리고 마이애미의 실리콘 비치는 클로닝 보다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스턴은 인터넷보안과 데이터통신으로 특화했고 실리콘 포리스트는 소프트웨어와 e―tailing으로 차별화했다. 마이애미는 지정학적 위치를 살려 중남미 인터넷허브로 자라나고 있으며 실리콘앨리는 뉴욕의 발달된 금융과 미디어를 발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벤처강국을 지향한다면 단순복제와 흉내내기가 아닌 ‘차별화’로 재창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장석권교수(스탠퍼드대 교환교수)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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