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中대학 출자 기업경영 붐

  • 입력 2000년 11월 6일 19시 07분


중국의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학교 이상이다. 학교가 출자해 경영하는 이른바 ‘교판(校辦) 기업’이라는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유명한 컴퓨터제조회사인 베이다 팡정(北大方正)은 베이징(北京)대에서 출자한 기업이다. 중국 스캐너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 칭화쯔광(淸華紫光)은 칭화(淸華)대 부속기업이다. 베이징대는 베이다팡정 이외에도 베이다 칭다오(靑島), 베이다 웨이밍(未名), 베이다 쯔위안(資源) 등 4개 기업집단, 총 90여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칭다오는 소프트웨어, 웨이밍은 생물공학, 쯔위안은 자원공학분야의 기업이다.

칭화대의 산하기업 수는 칭화쯔광과 소프트웨어회사인 칭화 퉁팡(同方) 등 90여개.

칭화대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에 인텔리전트빌딩인 쯔광빌딩, 화예(華業)빌딩 등을 짓고 건물 임대업에도 손을 댔다.

베이징 이공대도 최근 1억위안을 투자해 중관춘에 연건평 3만7000㎡의 이공과학기술빌딩을 짓고 기업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정부가 대학의 ‘교판 기업’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실리콘밸리 모델에서 한발 더 나아가 21세기 대학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다.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미국이 가진 것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실리콘밸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인력을 제공했을 뿐 학교가 직접 투자 경영하는 기업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뛰어넘어 학교가 직접 투자해 기업을 설립하고 ‘산학협동’을 넘어 ‘산학일체(一體)’를 시도하고 있다. 21세기 대학 혁명을 기대하고 있다.

산학일체의 장점은 많다. 대학은 정부의 지원금이나 외부의 기부금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껏 연구투자에 전념할 수 있다. 지난해 베이징대의 연간총수입 중 96%가 베이다팡정의 경영수입에서 나왔다. 칭화대는 지난해 5억위안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 1500개 과제에 관해 연구했다. 이들 항목 중 20%는 기초분야, 80%는 응용분야 연구였다. 이 같은 연구개발비의 73%인 3억6900만위안을 칭화퉁팡 등 산하 33개 기업이 부담했다.

개발해낸 것을 바로 제품화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대학생창업스쿨도 운영하고 있다. 유망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학교가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출자도 한다.

중국 대학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식부광(知識富鑛)’이라는 프로젝트도 도입했다. 은행과 대학이 손잡는 ‘은교(銀校)합작’으로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인민대는 지난해 12월 농업은행과 합작협의를 체결하고 5억위안을 창업지원금으로 확보했다. 베이징대는 지난달 건설은행, 농업은행과 ‘은교합작’으로 무려 30억위안을 얻어냈으며 상하이(上海) 푸단대도 이달 초 중국은행과 10억위안의 합작협의를 체결했다.

학생에게 실용적인 지식과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효과도 크다. 노동현장 견학 장소에서 나아가 지식과 아이디어를 돈으로 바꾸는 장소가 되고 있다. 학생이 언제든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하고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교육보다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중국 정부와 대학은 21세기 중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산학일체’가 반드시 필요하며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중국 주요교판기업 연간 총수입(99년, 단위:억위안)
순위기업명연간총수입소속대학
1베이다팡정84.28베이징대
2칭화퉁팡16.68칭화대
3칭화쯔광 7.80칭화대
4선양둥다아얼파이 6.81선양동북대
5상하이자오다산업투자 6.19상하이교통대
6톈다톈차이 5.11톈진대
7난카이거더 5.10톈진난카이대
8바이추은이다제약 5.02창춘바이추은의과대
9중산의대가정의사 4.84광저우중산의과대
10퉁지커지 4.06상하이퉁지대

(자료:베이징청년보 11월5일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