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호랑이 굴에 호랑이가 없네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9시 04분


선동렬도 가고, 이종범도 가고, 이제 김응룡 감독마저 ‘호랑이굴’을 떠났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의 ‘신화’를 일궜던 ‘해태 제국’의 멤버들은 사라졌다. 텅 빈 ‘명가’엔 우승 트로피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간 사람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기울어 가는 모그룹의 사세에 맞춰 ‘곶감 빼먹듯’ 선수가 빠질 때부터 해태의 미래는 예견됐었다.

프로는 돈으로 통한다. 다들 명예를 내세우지만 결론은 돈이다. 선동렬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첫 시즌을 마친 뒤 “1년간 일본에서 받는 연봉이 해태에서 10년간 번 돈보다 많았다”고 한 적이 있다. 좀더 좋은 환경과 연봉을 바라는 것은 야구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공통된 욕구다.

해태에서 잔뼈가 굵은 이강철이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가 되자마자 삼성으로 떠난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응룡 감독마저 새로운 환경을 위해 대구로 갔다.

공허함에 빠진 해태 선수단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후임 김성한 감독은 일단 선수단 규합에 최대 목표를 두고 있다. 서정환 이건열 신동수 이순철 등 ‘옛 멤버’들을 코칭스태프로 부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똘똘 뭉쳐 팀의 재건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정기주 해태타이거스 사장은 “자질 있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 자신감 있고 응집력 있는 야구를 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세대교체에 신경쓰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의 ‘빠진 이빨’이 너무 많아 다시 ‘정글을 호령할 날’이 올지….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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