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증시, 모멘텀 투자로 인한 폐해 심각

  • 입력 2000년 10월 4일 15시 26분


세계증시에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로 인해 한국증시는 오히려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증시를 중심으로 올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모멘텀 투자방식으로 인해 한국증시가 가장 하락률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모멘텀 투자란 기관 또는 외국인 투자가 등이 시장분위기에 따라 '과도매수'또는 '과도매도'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모멘텀투자가 유행하면 대개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투자심리'에 의해 주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주가가 오르는 주식은 무조건 사들이들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이유를 불문하고 내던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한국증시는 세계에서도 하락률이 가장 높은 증시 중 하나다. 지난 3/4분기에도 아시아 증시의 지수가 연초보다 하락했지만 첨단주의 영향이 큰 한국과 대만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첨단기술주들이 고전한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증시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4분기 아시아증시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한 한국은 종합주가지수가 27%나 하락했고 대만의 가권지수가 25% 하락해 그 뒤를 이었다. 기술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일본의 닛케이225평균주가는 9.9% 떨어졌고 홍콩의 항셍지수와 싱가포르의 STI지수는 각각 3%, 4.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증시의 나스닥지수는 8%, S&P500 지수는 2.2%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오히려 0.8% 상승했다.

문제는 악재 진앙지에 비해 한국증시가 더 심각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증시가 기침을 하면 국내증시는 독감에 걸리는 등 미국증시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움직이면 시장이 전복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증시의 수급악화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등 체질이 나빠지면서 투자심리에 의해 주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모멘텀 투자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 관계자는 "개인들의 과매도로 인해 코스닥시장의 인터넷 종목들이 연중 고점대비 90%씩이나 빠진 것이나,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이 56%에 달한 것도 모멘텀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의 수요기반이 취약함에 따라 모멘텀 투자의 부정적인 사례가 한국증시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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