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大選향한 ‘비디오戰’ 누가 이길까

입력 2000-09-27 18:44수정 2009-09-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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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敵)과의 동침’ 3년.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마침내 결별을 고하는가. 프랑스의 르몽드는 26일 1면 머리기사로 ‘시라크와 조스팽이 전쟁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관여 사실을 폭로한 장클로드 메리의 비디오테이프를 놓고 두 사람이 벌이고 있는 정치생명을 건 한판 싸움을 이르는 말이다. 정가에서는 2002년 대통령 선거의 최대 라이벌인 두 사람간 ‘대선 전초전’이 97년 출범 이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온 좌우동거정부를 무너뜨릴까 우려하고 있다.

▽메리 스캔들〓문제의 비디오는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국연합(RPR)의 자금책으로 지난해 사망한 장클로드 메리가 불법정치자금 조성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자 96년 녹화해둔 것. “95년 시라크 총리가 보는 앞에서 한 장관에게 500만프랑을 줬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 이 테이프가 21일 르몽드에 공개된 뒤 시라크 대통령은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으나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조스팽의 절친한 친구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경제재무장관이 지난해 메리씨의 변호인이었던 알랭 블로 변호사로부터 문제의 비디오테이프 원본을 받아 보관해왔다고 24일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폭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블로 변호사는 3억프랑을 탈세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자신의 고객인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세금감면을 당시 경제재무장관 스트로스칸에게 부탁하면서 그 대가로 이 비디오를 넘겨줬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분개한 시라크 대통령은 25일 조스팽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스트로스칸 전 장관의 연루사실을 해명하라”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조스팽 총리는 르몽드 보도를 통해 비디오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내년 3월 파리시장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파에 대한 공격용으로 비디오를 보관해왔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스타일 비교〓기름을 발라 빗어 넘긴 머리, 세련된 풍모의 시라크 대통령은 화려한 언변으로 곧잘 영화배우 출신인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비교된다. 적극적이고 격정적인 성격, 카리스마적 색채에서 관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직업정치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반면 헝클어진 흰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쓴 채 항상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스팽 총리는 강직한 성격의 사회당 이념가이자 경제학 교수의 풍모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양복이 말해주듯 청렴결백하면서도 정연한 이론과 풍부한 학식을 갖춘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조적인 두 사람의 스타일을 반영이라도 하듯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은 전형적인 내조형인 반면 조스팽총리의 부인은 여권운동에 앞장서는 철학교수.

▽동거정부 중간결산〓97년 5월 좌파연합이 승리를 거두면서 탄생한 세 번째 좌우동거정부는 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 이후 계속되는 경제호황 덕에 행복한 밀월을 보냈다. 주 35시간 근로제 덕분에 실업률은 10% 아래로 떨어지고 실질 경제성장은 3년째 독일과 영국을 추월하고 있으며 넘쳐나는 재정흑자에 힘입어 세금감면 조세개혁안도 발표됐다.

95년 취임 이후 곤두박질쳤던 시라크 대통령의 인기는 동거정부 출범과 함께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서 조스팽 총리와 근소한 차로 60%를 오르내리는 높은 인기도를 유지해 왔다. 99년4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은 71%가 조스팽 총리 집권 이후 시라크 대통령의 업무 수행이 향상됐다고 응답했으며 63%가 대통령이 외교 국방을 맡고 총리는 국내정책을 책임지는 좌우동거정부를 지속할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사사건건 정면 공격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지난해 11월 스트로스칸 장관이 대학생의료보함조합(MNEF)스캔들로 사임했을 때 우파의원이 MNEF를 통한 사회당의 정치자금 조성설을 제기하자 조스팽 총리는 우파에 화살을 돌렸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즉시 반격을 가했다.

올 2월 조스팽 총리가 이스라엘 방문시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헤즈볼라의 군사행동을 테러로 규정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고유가 항의시위가 한창이던 9월 중순 조스팽 총리가 디젤유에 한정한 유류세 인하조치를 발표해 지지도가 60%에서 42%로 급락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조스팽 총리의 단견을 비난하기도 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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