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불량(?)은행은 오르고 우량은행은 급락한 이유

  • 입력 2000년 9월 22일 17시 23분


정부의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 발표에 따라 대상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우량은행주라고 불리는 주택, 신한, 하나, 국민은행주는 일제히 떨어져 대조를 보였고, 주가폭락에 따라 증권주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회 공전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조성규모를 당초보다 대량 조성하기로 정책전환함으로써 은행간 급격한 자금이동이 줄 것으로 판단돼 대상은행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발 반도체주가 폭락에 따른 국내 현,선물 주가의 폭락과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투매 등 전반적인 한국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우량은행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고

증시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 공적자금 투입대상 은행 상승, 우량은행주·증권주 하락

22일 거래소시장에서 금융업종지수는 179.23으로 전날보다 5.94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업종지수는 103.63으로 1.93포인트 떨어졌고, 증권지수는 1038.01로 55.55포인트 급락했다.

종목별로는 앞으로 공적자금 투입이 예상되는 경영개선계획 제출대상 기업인 한빛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이 지수급락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 마감했고, 광주은행, 제주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도 올랐다.

한빛은행은 1425원으로 전날대비 1.78%, 조흥은행은 2980원으로 1.01%, 외환은행은 2010원으로 2.03% 올랐다. 제주은행은 1052원으로 8.15% 급등했고 광주은행도1230원으로 3.36% 올랐으며, 경남은행은 1345원으로 2.28% 오름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우량은행인 주택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은 모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증가한 가운데 3% 이상 급락했다. 주택은행은 2만2000원으로 전날대비 4.35%, 신한은행은 1만700원으로 3.17%, 국민은행은 1만1100원으로 3.48%, 하나은행 4800원으로 5.88% 각각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주택은행의 경우 메릴린치 창구에서 5만9000주(9%), 신한은행은 CSFB 창구에서 38만여주(9%), 크레디리요네에서 25만주(5%), 국민은행은 CSFB 창구에서 11만여주(10%), 하나은행은 ING베어링 창구에서 39만7000주(43%), CSFB에서 9만여주(9%)가 각각 쏟아져 나와 외국인 매도세의 근원지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주 역시 대폭락했다. 서울증권이 14.90% 급락해 올 4월17일 이래 5개월만에 처음으로 하한가를 기록했고, 하나증권(7.36%), 삼성증권(7.24%), 신흥증권(6.71%), LG투자증권(6.50%), 한양증권(5.55%), 대신증권(5.47%)이 5% 이상 급락했다.

나머지 SK증권(4.30%), 신한증권(4.16%), 신영증권(3.36%), 현대증권(3.35%), 부국증권(3.18%) 등 대부분이 3% 이상 하락했고, 대우증권만이 1.27% 하락한 데 그쳤다.

◆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구 해외악재 부담 증폭

증시전문가들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은행주 등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재료가 됐으나 국제고유가, 반도체 폭락 사태 등 해외요인 부담이 커 국내 증시 붕락 사태 우려감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희석됐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 금융·서비스 그룹의 김석중 부장은 “공적자금 추가 조성에 따른 금융구조조정 기대감이 공적자금 투입대상은행과 지방은행의 강세를 이끌었으나 해외요인에 따른 한국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으로 우량은행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적자금을 충분히 조성하기로 한 만큼 시기를 앞당기고 개별은행별 지원폭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현재와 같은 해외 반도체 악화와 국내 수급취약성 여건하에서 외국인들이 국내우량주에 대해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면한 해외부담 요인과 수급불균형, 투자심리 와해에 대한 우려,한국리스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은행주가 상승반전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의 이준재 은행애널리스트와 윤항진 채권애널리스트는 “은행업종이 해외부담요인 때문에 곧바로 강세로 전환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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