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위험천만한 '반도체 장세' 얼마나 되풀이될까

  • 입력 2000년 9월 21일 16시 10분


종합주가지수의 반도체지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대표 종목의 주가 등락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움직이는 궤도가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되면서는 나스닥지수나 다우지수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등락에 따라 국내증시가 출렁거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연일 위험천만한 '반도체 장세'가 펼쳐지는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향후 반도체 주가의 향방이다. 반도체 주식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영향력이 막강하다.최근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는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그나마 국내 반도체 주가의 폭락을 초래한 미국증시의 반도체 주식에 대한 평가가 종전 부정적인 데서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얼마나 상승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라는 게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들은 반도체 주가의 하락폭이 워낙 컸던 만큼 추가 상승의 여력은 충분하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에는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기술적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주가가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곧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도 비슷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도체 바닥 쳤나=21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이틀간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이 10만주 가량 순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1만원 하락, 22만원에 장을 마감했다.현대전자 역시 외국인들이 73만여주나 샀음에도 전날보다 1200원(7.01%)이 떨어진 15,9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 및 현대전자 주가가 외국인의 적잖은 매수에도 불구하고 부진했던 것은 미국증시에서 반도체 종목별로 심한 혼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전날의 강한 상승세(8.12%)를 잇지 못한 채 장막판 0.23% 반등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증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불구, 주가가 하락한 데 대해 '바닥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미국증시의 반도체 주가 움직임에 따라 국내 반도체 종목도 등락을 거듭하며 바닥다지기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신증권의 반도체 담당 진영훈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종목의 호재는 주가의 단기 과대 낙폭"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는 급락없이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증시 반도체 여건=미국증시에서 하루에도 수십건씩의 반도체 관련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미국에서도 반도체 종목이 나스닥 등 주요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1일에는 미국의 권위있는 IT전문 잡지 '레드헤링'이 몇몇 애널리스트들을 인용, "아직 반도체 업종의 위험은 가시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 단기적으로 반도체 업종은 회피하는 것이 좋은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앞선 20일엔 크레딧스위스 퍼스트보스톤(CSFB)의 찰스 글래빈 분석가의 인텔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과 ABN암로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대한 투자등급 하향조정이 겹쳤다.이로인해 전날 8.12%나 뛰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0.23%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심한 혼조세를 보였었다.

인텔 마이크로 테크놀로지는 각각 4%와 1% 안팎 상승한 반면 AMD TI 등은 6%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리차드 휘팅턴 애널리스트는 "1주일전 인텔과 AMD에 대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일을 후회한다"면서 19일 이들 종목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이 미국증시에서도 영향력있는 증권사들 간에는 물론 애널리스트 당사자들도 반도체 종목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놓고 오락가락하며 방향성을 잃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종목과 미국의 반도체지수에 심각할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증시의 변동성을 크게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이상 뛰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10% 이상 급등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한국증시도 덩달아 반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한빛증권 김세균 투자분석 팀장은 "하루하루의 외국인 동향에 따라 투자전략을 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증시에서 반도체 비중이 커져가고 있고, 미국 반도체 주가라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시장이 출렁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지금과 같이 악재가 많고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는 '종목'을 보기보다는 '시장'을 보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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