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정민태-김수경-임선동 황금 마운드"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35분


흔히 야구에서 15승 투수가 2명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

확실한 에이스급 2명만 가지면 페넌트레이스에서 연패에 빠질 위험이 적고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선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15승 이상 투수가 3명이나 포진해 있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90년대의 팀’으로 불린 이유는 톰 글래빈―그렉 매덕스―존 스몰츠로 이어지는 최강의 선발 트리오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시즌 ‘투수왕국’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칭할 만 하다.

정민태(16승)―김수경(17승)―임선동(17승)으로 이어지는 1, 2, 3번 선발진은 역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승 선두권에 나란히 포진한 이 3명의 승수를 합치면 무려 50승.

6일 드림리그 1위를 확정지은 현대의 승수가 83승이니 이들이 팀 승리의 60%를 책임졌다는 얘기다.

현대의 전신인 태평양시절부터 에이스였던 정민태와 98년 신인왕인 김수경의 활약이야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지난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임선동의 약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투수들에게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할만한 다승(17승) 평균자책(3.12) 탈삼진(162개) 3개 부문에서 ‘넘버원’에 올라 있다.

한 팀에서 나란히 3명의 투수가 15승 이상을 거두기는 역대 3번째. 프로원년인 82년 삼성의 권영호 황규봉 이선희가 똑같이 15승씩을 올렸고 94년엔 LG에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이 있었다. 삼성은 15승 투수 3명을 보유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박철순이 버틴 OB(현 두산)에 패했지만 LG는 4승 무패의 일방적인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수준의 ‘선발 트리오’를 보유한 팀으로 꼽히는 팀은 전 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한 85년 삼성과 선동렬이 축이 된 90년 해태.

당시 삼성은 김시진과 김일융이 25승씩을 거뒀고 황규봉도 14승을 올린 ‘무적의 마운드’였다. 90년 해태는 우완정통파 선동렬(22승)―기교파 조계현(14승)―‘잠수함’ 이강철(16승)이라는 이상적인 조합을 갖춘 투수진이었다.

한편 현대는 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승률 구원 홀드 등 6개 투수부문 가운데 구원(위재영 ·41세이브포인트로 2위)을 제외한 5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어 사상 첫 ‘투수 전관왕 석권’에 도전하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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