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2회 공장미술제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33분


옛 샘표식품 공장 앞에 샛노란 갑옷을 입은 이순신장군 동상이 서있다.

자세히보면 수없이 많은 작은 피카추 인형으로 이뤄져 있다. 마침 작가가 작업중이어서 물었다.

“왜 피카추 인형이죠”

“관람객들 열 좀 받으라고….”

“몇개나 사용했어요”

“1만개쯤 될 걸요”

올해 2회째를 맞은 공장미술제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옛 샘표식품 공장내 대형창고건물 4개동을 빌려 열리고 있다. 이달말까지.

출품작가는 전국 28개 대학의 재학생 대학원생 졸업생 등 1백50여명. 작가들이 젊고 전시장소가 넓어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작품이 많이 선보였다.

단순하게 보이는 수작업을 집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강승희(경원대)는 가출여중생의 일기장에서 나온 글을 300벌이 넘는 여중생의 교복에 새겨넣었다. 김매리(서울대)는 뉴욕의 마천루를 평면으로 재구성한 듯한, 벽이면서 무한히 사라져가는 듯한 느낌의 세련된 추상작품을 선보였다.

보이는 것은 모두 청테이프로 감아버려야 속이 풀리는 김남훈(한성대)은 공장을 지키는 초소를 청테이프로 또 감았다. 조선대 퓨전그룹은 똥을 들고 서있는 청개구리를 통해 우물안개구리같은 자아의식을 표현했다. 청주지역 작가그룹인 공사삼일(空思三日)은 앤디 워홀의 마돈나, 피카소의 여인, 나혜석의 자화상 등 미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을 세워놓고 비비탄을 쏘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김성숙(울산대)은 보이지 않는 거미가 자동차를 거미줄로 감아 끌어올리는 듯한 작품을 설치했다.

올해 전시주제는 ‘눈먼 사랑(Blind Love)’. 미학적으로는 ‘보지 못함’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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