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Politics]대통령의 숨겨진 '정신건강'

  • 입력 2000년 9월 5일 19시 03분


미국의 대통령 중에는 자신의 기분이 무척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식한 사람이 있었다. 탄핵을 받을 경우 해병대의 출동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국방장관에게 이를 막으라며 따로 비밀 명령을 내려둬야 했을 정도였다. 그는 또한 심리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았던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 대통령은 바로 리처드 닉슨이었다. 그리고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앤터니 서머스의 책 '오만한 권력:리처드 닉슨의 비밀 세계'에 기록돼 있다. 닉슨의 옹호자들은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 즉 아내 구타나 약물 복용 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마구 화를 내며 부인하고 있지만, 국방장관의 비밀 명령과 정신과 치료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심하게 반박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들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건강문제가 이미 대중적인 논의의 주제가 됐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여전히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60년대부터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프레드 솔로몬 박사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심리치료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편안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족들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심리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가 정신병을 신체적인 질병과 똑같이 취급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민주당 상원의원 폴 웰스톤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그는 몇 년 전에 어떤 법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30명 이상의 상원의원들이 아내나 남편을 동반하고 앨 고어 부통령의 집에 모였을 때를 떠올리며 "그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고생하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해서는 매우 솔직하게 얘기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워싱턴의 정신과 의사들은 정치인이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왜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로시 스타 박사는 "한때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에 대해 대중들이 여전히 많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시인했던 정치인들의 경험을 보면 정치인들의 이런 불안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72년에 조지 맥거번 후보의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전기충격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부통령 후보를 사퇴했던 토머스 이글턴 상원의원은 74년과 80년에 미주리주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89년에 상원을 떠났던 로턴 칠스도 우울증에서 회복한 후 플로리다의 주지사로 두 번이나 당선됐다. 또 현재 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린 기버스, 니디아 벨라스케즈, 패트릭 케네디 등도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음을 밝히고도 정치인으로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여론 조사 담당인 피터 하트는 문제의 정치인이 어떤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 나선 후보들의 경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 맞섰다"고 밝혀도 안전하겠지만, 대통령 후보들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공화당의 자문역할을 해온 존 디어도프도 동의하고 있다. 대중들은 "대통령이 안정적인 정신을 요구하는 매우 힘든 직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90300nixon-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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