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정은숙/삶의 지평 넓혀준 '과학특집'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27분


우리 국민처럼 지난 세기와 이번 세기에 많은 변화들을 체현해 낸 민족도 드물 것이다. 최근의 과학 이론은 우주가 10개가 넘는 차원과 매 시간 단위의 분절할 수 있는 시공간(과거 현재 미래가 혼융(渾融)되어 있는)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굳이 이러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삶의 변전이 너무나 빨리 이뤄져 우리는 여러 층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혼돈에 빠져들게 된다.

언뜻 떠오른 대로 적어 보아도 봉건사회, 유가적 가치 지향 사회, 보수적 현실주의 사회, 진보적 이상주의 사회, 진보적 행동주의 사회 등등의 다양한 층위가 통시적으로 우리 삶의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우리가 암묵적으로 합의된대로 바람직한 삶의 형태를 오늘 우리 삶의 좌표 속에서 구현해 내는 데 있다고 할 때, 언론은 과거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제시해 주기를 독자들은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간신문들을 보면 당장의 현실에 붙잡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예컨대 집권 정당의 2년 반 동안의 회고와 평가 같은 별반 편차 없는 내용들이 일제히 신문마다 실릴 때 그런 느낌은 배가 된다.

의약분업 관련 기사만 하더라도 여러 차례의 파업을 통해 이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정부와 의약계 사이에 균형적으로 시각의 교정이 이뤄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런 파동을 통해서만 상호 이해의 폭이 증진되는 것인지 안타깝다.

동아일보가 지난 8월 23일자부터 30일자까지 7회에 걸쳐 1면에 연재한 ‘한국의 의사’ 심층보도는 우리 의료의 수준과 의료 개혁의 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 적절한 기획이었다고 평가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에서 파생된 문제가 사실은 우리 의료 시스템 전반의 결함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해묵은 문제라는 사실을 자 드러내 보여준 선도적인 기사였다.

8월 31일자 동아 사이언스 출범에 즈음한 ‘현대과학의 8대 과제’ 특집 기사는 문화와 과학, 예술 등 당대보다는 미래 지향적 가치에도 배려를 아끼지 않은 동아일보의 지향이 잘 드러나는 기획이었다.

이런 기획들은 우리들의 삶의 공간이 자신의 집이라는 좁은 울타리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라는 실감과 이해를 돕고 있어 높게 평가할 만하다. 새로 출범하는 동아 사이언스가 신선한 과학적인 마인드를 우리 삶에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지켜보고 싶다.

삶과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준 8월 28일자 ‘관상동맥질환 진단과 예방’ 기사와 환경시리즈물인 ‘지구, 자연, 인간’의 ‘남아공의 환경교육’도 우리 몸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유익한 기사였다. 발로 뛴 흔적과 함께 그래픽의 지원을 받은 편집이 각각 인상적이었다.

정은숙(시인·‘마음산책’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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