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승원 '동시성 시리즈'展, 25일부터 갤러리현대서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44분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국내에 도입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한 홍익대 서승원(徐承元·59)교수의 개인전이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전시회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작가를 만났다. 국내전시는 10년만의 일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며 무척 긴장된 모습이다. 국내외 300여회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했고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권위있는 미술제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미술협회부회장과 홍익대 미대학장을 지낸 역량있는 중진작가이면서도 마치 미술대학 입시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 같은 모습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종전의 제 그림은 기하학적이고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한 ‘동시성(SIMULTANEITY)’ 시리즈는 형(形)을 해체하고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배어있는 작품들이 주조를 이룹니다. 나이와 연륜이 그림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는 63년 홍익대 출신으로 이뤄진 전위미술운동 그룹 ‘오리진’, 70년대 미술전문지 발간을 통한 작가들의 이론무장과 무비판적 외국미술 수입에 대한 비판 운동을 병행한 그룹 ‘A. G’의 창립멤버.

“50년대 앵포르멜 계열의 선배 작가들이 ‘감성적 추상’을 지향했다면, 우리 세대는 ‘논리적 추상’을 추구한 셈이지요. 한국 현대미술사에 ‘작가와 평론가가 논리적 결합을 한 최초의 시대’로 기록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그의 작품들은 대형 붓으로 아크릴릭 물감에 잔잔하고 해맑게 정제시킨 미회색, 청회색, 미색 등으로 넉넉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투명한 필터를 투과하는 저녁 노을 빛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7×2m 짜리 대작을 포함해 500호 150호 그림 등 50점이나 된다.

“한국의 얼,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조선백자의 흰색을 달빛에 비쳐 봤을 때 감지했던 흰색의 농도와 채도 차이에 주목하면서 이를 형상화하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갤러리현대 박명자대표와 40년간 교분을 가졌으나 이 화랑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작가를 보는 눈이 유달리 까다로운 박대표는 “서교수의 그림이 최고조에 이를 때를 기다렸다”고 말했고, 작가는 “40년 구애가 결실을 맺은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