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패왕전. 올해부터 예선을 통과한 20명의 기사가 연승제 방식으로 본선대국을 치루도록 개편됐다.
패왕전의 연승제는 20명의 기사가 각각 1번부터 20번까지 순번을 받은 뒤 1번과 2번이 바둑을 둔 뒤 이 대국의 승자가 3번과 두고 또 여기의 승자의 4번과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2연승을 기록하면 일단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지만 질 때까지 계속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이론적으로 1번이나 2번이 계속 이기면 19연승을 기록하면서 우승할 수 있다.
현재 다른 일반적인 기전 방식으로 타이틀까지 따려면 15연승 정도가 고작. 그것도 저단진일 경우에 해당된다.
즉 예선을 통과하려면 보통 6연승 정도가 필요하고 본선에서 전승으로 도전권을 딸 경우 6연승, 그리고 5번기 도전기에서 3대0으로 셧아웃시키면 15연승이기 때문에 19연승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패왕전에서 19연승을 예상하는 것은 순번 추첨에서 공교롭게도 2번을 뽑은 기사가 이9단이기 때문.
이9단은 첫 대국에서 지난해 준우승자인 이5단을 물리친 뒤 양재호(梁宰豪) 윤기현(尹奇鉉) 서봉수(徐奉洙) 9단과 홍태선(洪太善)8단을 꺾어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앞으로 걸림돌이 될만한 기사는 조한승(趙漢乘) 이세돌(李世乭) 안조영(安祚永) 등 신예들. 최대 관문은 지난해 우승자인 조훈현(曺薰鉉) 9단. 바둑계에서는 이9단이 집중력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19연승을 기록하며 패왕전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기전에서 10승 이내만 해도 타이틀을 딸 수 있는데 19연승까지 하면서 타이틀을 따는 것은 이9단의 입장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판 한판에 최선을 다한다는 프로기사지만 아무래도 정신상태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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