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신세계 정선민 득점 리바운드 1위 '복덩이'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52분


누구나 애창곡 하나쯤은 있으며 거기에는 대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의 센터 정선민(26·1m85). 그녀가 요즘 좋아하는 가요는 김태영이 부른 애절한 발라드 ‘오랜 방황의 끝’이다. 정선민에게 지난 1년여의 세월은 지워버리고 싶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노래처럼 쓰라린 과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다.

정선민은 지난해 5월 일본 시즈오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왼쪽 무릎을 심하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메스를 댄 뒤 겨우 코트에 나섰으나 그해 11월에 훈련 도중 부상이 재발했다. 홀로 일본 나고야로 건너가 석달 넘게 치료에만 매달렸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병원과 숙소만을 오갔다. “몸은 나아졌지만 마음에 병이 생기는 줄 알았어요.”

힘겨운 재활과정을 거쳐 ‘부상 악령’을 몰아낸 정선민은 지난달 개막된 2000여름리그에서 코트에 복귀했다. 그간의 공백을 단번에 만회하려는 듯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뛰어다녔다. 오버워크로 구토까지 한 적도 있었다.

14일 현재 정선민은 득점 1위(23.56점), 리바운드 1위(197개), 가로채기 2위(2.78개), 어시스트 3위(5.94개)에 올라 있다. 생애 처음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18게임에서 평균출전시간이 무려 38.5분으로 역시 1위.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코칭스태프가 빼려고 해도 정선민은 계속 뛰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신세계는 정선민이 부상으로 못뛴 99여름리그와 2000겨울리그에서 잇따라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5연승을 달리며 13승5패로 현대건설과 공동선두에 나섰다. 정선민의 가세로 전력만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정선민은 팀내에서 ‘공주’로 불린다. 동료와 감독 코치에게 농담도 잘하고 애교도 떠는 등 분위기메이커 노릇까지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게 그녀의 설명.

정선민은 남아있는 정규리그 2게임을 고향 마산에서 치르게 된다. 14일에는 모교 마산여고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16일 정규리그 1위를 다투는 현대건설과, 18일에는 올시즌 3전패의 수모를 안긴 삼성생명과 차례로 맞붙는다. 정선민은 “어렵게 돌아온 만큼 그동안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우승을 향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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