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위기의 7월'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2000년 6월. 의료대란으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었던 달로 기록될 것이다. 그 6월의 마지막날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7월도 불안하기만 하다. 7월에도 우리사회에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은행권의 파업 조짐. 금융구조조정에 맞서 올 3월 조합원 8만명 규모의 산별노조로 전환한 금융산업노조는 11일 ‘은행 강제합병 철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은행대란’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의료대란을 멈추게 했던 여야총재의 약사법개정합의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약사법 개정은 의원입법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치권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치권은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 의약계대표 시민단체대표가 약사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의약계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다.

국민은 이 과정에서 애꿎은 민초들만 또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것말고도 여러 곳에서 집단이기주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장마가 시작됐고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기 북부 등 매년 상습침수로 피해를 보았던 지역의 주민들은 걱정으로 잠을 못잔다. 지난해 수해 이후 시작된 복구사업 중 아직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가 많다.

많은 사람이 들뜨는 휴가철이 다가오지만 7월의 평화지수는 그야말로 ‘제로’에 가깝다.

어쩌면 의료대란으로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 더욱 피로가 누적되는 달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은 과연 정부가 ‘위기의 7월’을 관리할 능력이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나 사용자 노동자 의약계 인사들이 한발씩 양보하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용관<이슈부>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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