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영화인들이 말하는 '누드 신'

  • 입력 2000년 6월 29일 18시 44분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여배우 옷 벗기기’에 대해 영화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영화감독 매니저 캐스팅 담당자 등과 다른 여배우들의 입장을 코멘트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귀니비어 터너(여배우·‘아메리칸 사이코’ 시나리오 공동집필)〓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R등급(준 성인용) 영화를 보고싶어해요. 그런데 R등급을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사장면이나 누드장면을 집어넣는 것이죠.

▽글렌 리그버그(매니저)〓매니지먼트 회사나 할리우드의 촬영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맥심 100’이라고 불리는 광고지를 볼 수 있어요. 여기에는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모델과 여배우의 사진이 실려 있죠. 하늘에 맹세컨대 이 광고지는 할리우드에서 배우를 캐스팅할 때 분명히 참고자료로 쓰이고 있어요.

▽조앤 첸(여배우·‘뉴욕의 가을’ 감독)〓하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영화에서 누드장면을 빼는 경우도 있어요. ‘뉴욕의 가을’에는 원래 위노나 라이더가 처음으로 누드로 나오는 장면이 포함될 예정이었어요. 그 장면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추상적으로 처리됐는데, 시사회에서 사람들이 그 장면을 빼자고 하더군요.

▽터너〓연예계에서 여성의 몸은 언제나 학대에 가까운 오락을 위해 이용되고 있어요. ‘아메리칸 사이코’에는 보통 영화에서 여자들의 샤워장면을 찍듯이 길게 주위를 어른거리듯 찍은 크리스천 베일의 샤워장면이 포함돼 있어요. 하지만 베일이 여자와 정사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은 검열에서 잘렸어요. 난 그것 때문에 개인적으로 속이 상했어요. 그 영화에서 나는 누드로 등장해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데 그 장면은 검열에서 무사히 넘어갔거든요.

▽마이클 크리스토퍼(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그건 우리 일의 성차별적인 특징 중 하나죠.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니로가 옷을 거의 벗다시피 하고 바닷가에 누워서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유명한 여배우에게는 가능한 한 옷을 많이 벗고 유혹적인 장면을 연출해줄 것을 요구하죠.

▽존 팹시데라(캐스팅 담당자)〓하지만 요즘 10대들의 영화에서는 남자들이 벗고 나오는 것이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바시티 블루스’에서 스콧 칸은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만 몸에 걸치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등장해요. 한편 30세가 넘은 여배우들은 엄마 역을 하는 배우로 인식되는 것을 싫어하죠. 자기들도 젊고 섹시하게 보이기를 원하는 거예요.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에서 르네 루소가 누드장면을 찍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그녀에게 좋은 일이었어요.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25mag-malenudi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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