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달곤/지방정부 권한-책임 분명히

  • 입력 2000년 6월 29일 18시 44분


온전한 형태의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3가지 문제점을 거론하고자 한다.

▼민주주의 확장에 역행 조짐▼

먼저, 기득권층 중심의 지방정치를 지적하고자 한다. 권한이 선출직인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지방유지 의원 지역언론 등이 주변부를 이루면서 지방자치의 본래 의도인 지방민주주의의 확장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체장으로의 권력집중은 지방의회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지방공직사회의 중립성과 전문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인기용 행사, 방만한 재정지출, 단견적 시책, 공직 인사왜곡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지역의 재산가와 지역정치인들의 단기적 이해가 조급한 개발사업으로 수렴되면서 난개발과 같은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소위 성장(成長) 중심의 정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다.

둘째는 폐쇄적인 지역이기주의 문제이다. 선거과정에서 소지역주의가 난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구역 안의 사업에만 몰두함으로써 광역적이거나 전국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혐오시설의 문제는 물론이고 지역의 각종 개발사업도 협력 방식보다는 외곬 방식이 판을 치고 있다.

셋째는 적지 않은 제도적 미비점이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정확한 권한과 책임의 경계는 물론이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에도 기능상의 연계나 유기적인 분업체계도 들어서지 않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명확한 기능과 재정능력의 확보가 지방자치제를 발전시키는 데 기반이 됨에도 불구하고 집권적인 유산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먼저 착수해야 할 대책은 각종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여 지방정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특히 권한과 재정면에서 자율성과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중앙 각 부처 장관이 시 도나 시 군 구에 위임해 놓고 있는 업무 가운데 지방자치 정착에 필요한 것들을 관련비용과 함께 지방정부로 넘겨주는 일이 필요하다.

자치나 행정계층에 대한 단순화 작업도 추진되어야 한다. 대도시 지역과 도 단위 지역의 계층을 개편하고 제주도와 같은 특수지역에 대한 행정체계도 바꾸어서 지역 실정에 보다 부합하는 다양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경찰자치제 및 교육자치제와 지방의 일반자치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한쪽 논리에 경사되기보다는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현실성 있는 접근이 요청된다. 제도의 발전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진국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의 경험에서도 보아왔다. 하나의 제도라도 제대로 자리잡게 한 다음에 결부된 제도를 만지는 노련성이 기대된다.

두번째 대책은 시 도 간에 그리고 시 군 구 간에 다양한 협력방식을 도입하여 광역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상위계층인 정부에서 행정적으로 개입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재정적인 유인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광역업무가 처리되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지만, 각종 혐오시설과 관련된 반발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상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고 주민이 공익과 사익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도록 지역엘리트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시도간 협력 제도화 해야▼

그리고 지방민주주의를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의 각종 단체와 지역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득권층이 형성한 철의 삼각관계를 타파할 수 있는 감시활동, 투명화 활동, 그리고 주민의 관심 제고 등을 위해서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지방언론이 보다 개방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로 지방의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방에서 자치적으로 살아가는 문화를 일구는 작업이 의식 있는 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달곤(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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