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에티켓]경기장만 가면 "내멋대로"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링크인터내셔널 이재철과장(32)은 지난달 28일 모처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유고축구대표팀간 친선경기를 보러 갔다.

마침 한국이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친데다 스탠드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 신이나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주위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귀가 교통체증을 걱정한 축구팬이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 경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해졌다.

짜증이 나는 것을 참으며 경기를 끝까지 보고 난 후에는 스탠드 곳곳에 널린 쓰레기 더미에 다시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시민 의식은 물론 경기장 시설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뒤편 좌석에 비둘기 똥이 가득해 부득이 신문지를 깔고 앉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쓰레기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원동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장(43)은 큰 경기를 치를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가까이서 경기를 보려는 관중들이 스탠드 아래쪽에 몰리면서 통로 계단까지 차지하고 앉아버리는 것.“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도 힘들고 경기 중간 화장실 갈 때도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재일교포 축구 스타 박강조(20·성남 일화)는 26일 구단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24일 전남전때 후반 교체돼 나오면서 관중석에서 날아든 물병을 다시 집어던졌기 때문. 98년 포항에서 열린 포항과 울산의 정규리그 플레이오프전때도 관중석에서 던진 캔과 팩으로 그라운드가 온통 얼룩졌었다.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지원과장(36)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경기장내 음주가 허용되지만 캔이나 팩은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축구 관전 문화는 희망적이다. 일년간 한국 축구를 연구하고 돌아간 일본 아사히신문 나카코지 도루(中小路徹·32) 기자는 “스탠드 뒤편에서 주정을 부리거나 욕설을 해대는 일부 관중이 있지만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경기장은 오히려 너무 얌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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