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적대적 M&A가 권장되는 몇가지 이유

  • 입력 2000년 6월 22일 10시 53분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주식형 사모펀드'의 허용이라는 재료가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바로 기업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동부증권은 22일 "적대적 M&A를 찬성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M&A가 선진국 수준으로 허용된다면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며, 주식시장의 가치가 '매우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주식형 사모펀드가 기업인수자금을 모집,운용하는 단계에서 단기적 헤지펀드 역할을 수행할 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보고서는 우선 소액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제까지는 부실그룹의 우량 계열사를 분리시키는 데 일반 투자자들의 힘이 통할 수 없었으나, 적대적 M&A가 전면 허용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주가상승 가능성이 높은 우량기업이 부실한 모그룹과의 관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언제라도 '기업사냥꾼'이 등장, "적대적 M&A를 통한 계열관계 청산"을 외칠 수 있게 된다.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가들은 주주총회에서 기업사냥꾼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동부증권은 따라서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투자자들은 적대적 M&A의 도입을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경영진들의 무능으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운용, 특히 부실계열사와 관계등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기업 사냥꾼'이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해줄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룹 경영진들도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투자, 계열사와의 그릇된 관계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면 언젠가는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사냥꾼에 포획되기에 앞서 부실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경영진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한 대형그룹들의 우량 계열사들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해당 그룹 경영진들에게 '그룹을 위한 경영'이 아닌 '주주를 위한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강요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증시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부증권은 이같은 예로 지난해 대우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한국전기초자를 들었다. 당시 전기초자는 부실그룹에서 분리되는 것이 커다란 호재로 작용, 오히려 주가가 폭등했었다. 이는 기업 리스크의 감소를 시장이 충분히 인식했고, 이같은 기업가치가 주가로 반영된다는 평범한 진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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