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대주주 주식증여-매각 현황]

  • 입력 2000년 6월 6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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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등록기업 최대주주들이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주주들이 특수관계에 있는 미성년자에게 보유주식을 증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권업협회가 코스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보유주식 매각〓뮤추얼펀드 및 등록취소 예정기업을 뺀 420개 코스닥기업의 최대주주 지분변동을 분석한 결과 최초 상태보다 지분이 30% 이상 줄어든 곳이 28개사로 조사됐다. 코스닥기업 최대주주는 친인척 및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98년 초부터 보유주식에 변동이 생기면 보고하도록 돼 있다.

자동차 및 전자부품소재 생산업체인 화승강업의 최대주주인 화승알앤에이는 98년초 총 발행주식의 90%를 갖고 있었지만 현재 지분은 40.5%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9차례에 걸쳐 곶감 빼먹듯 약 400만주(액면분할 후 기준)를 팔아 56억5800만원을 챙긴 것.

신발 제조업체 써니상사 서봉식대표도 작년 6월부터 보유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아 99년 3월말 70%를 웃돌던 지분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당초 서대표는 회사 임원인 권헌무씨의 지분을 합산해 보고하다 작년 6월 권씨의 지분이 떨어져나가 지분이 급감한 측면도 있지만 권씨 역시 대부분의 지분을 장내외에서 매도했다.

최대주주 지분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완구업체 영실업. 영실업 김상희대표 등 3명은 98년초 37만여주(77.8%)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20.9%밖에 남아있지 않다. 보유주식을 틈 나는 대로 매각하던 김대표는 작년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받은 김모씨의 지분이 자신보다 많아지자 경영권에 위협을 느껴 올 들어서는 주식을 장내에서 사모으기도 했다.

1세대 인터넷벤처기업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김진호사장은 보유주식 매각과 무리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지분이 3%대로 하락한 끝에 최근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기도 했다. 골드뱅크처럼 경영권이 바뀐 회사도 동특 삼구쇼핑 엔피아 파워텍 등 30개사에 달했다. 이들과 경우는 다르지만 지난달 중순 코스닥시장에 신규등록한 한국신용평가정보는 주간사회사인 LG투자증권이 시장조성을 통해 12.5%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가 된 사례도 나왔다.

▽미성년자 주식보유〓코스닥 등록기업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 전명옥씨의 두 미성년 자녀(19세, 17세)가 각각 150억원씩 300억원어치의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신양화성 대주주 이근수씨의 네살배기 아들은 평가금액이 2억3500만원에 이르는 아버지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삼구쇼핑 박종구대표의 손자(5세)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1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코스닥기업 주식을 갖고 있는 20세 미만 미성년자는 모두 96명으로 45개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주식 수는 총 632만주로 2일 종가로 계산한 평가금액은 937억6000만원.

평가금액이 가장 많은 미성년자는 만화영화 제작 배급업체인 코코엔터프라이즈 전명옥씨의 두 자녀가 으뜸. 각각 이 회사 주식 8만8000주(16%)를 보유해 2일 종가(17만1000원)를 곱하면 평가금액은 150억4800만원씩에 이른다.

대한제작소 최대주주의 두 아들(19세, 16세)도 각각 64억4600만원, 33억6800만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밖에 대신개발금융 양용호대표의 여덟살짜리 아들은 33억75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가장 어린 코스닥 ‘오너 주주’는 상장기업 삼영무역 대주주의 아들로 97년 5월생. 이 ‘꼬마’는 삼영무역이 최대주주인 코스닥기업 케미그라스의 주주다. 이밖에 세명전기공업 대주주의 다섯살짜리 손자가 이 회사 주식 100만주를 보유, 평가금액이 21억3000만원에 이르는 등 코스닥주식을 갖고 있는 10세 미만 어린이가 모두 22명이나 됐다.

바이오 벤처기업 마크로젠을 창업한 서울대 서정선교수도 19세 아들에게 4만5000주(31억여원어치)의 주식을 줬으며, 삼지전자 이기남대표의 아들과 조카들 역시 22만주, 31억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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