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종고산' 톡쏘는 흑산도홍어

  • 입력 2000년 6월 6일 20시 08분


대학시절,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말 한마디 없던 T라는 친구는 소주 한잔 두잔 들어가면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북쪽에는 종고산이 솟아 있고 남쪽에는 장군도가 놓여 있구나…”

노래는 항상 여기서 끝났고 다음을 들어 보지는 못했다. 아마 학교 교가가 아닌가 생각 했다.

어느날 밥을 먹다가 T는 삼합을 아느냐고 물어왔다. 조개의 일종인가, 아니면 장아찌인가 싶었는데 이듬해 T와 어울려 한려수도를 여행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삼합이란 홍어 삭힌 것과 돼지고기 삶은 것, 삭힌 김치를 말한다는 것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건너편 뒷골목에 종고산(鍾鼓山)이라는 여수 북쪽에 있는 산 이름을 딴 남도음식점이 있다. 삼합의 진수는 물론 선비의 기풍이 담긴 화려한 양념과 밑반찬에 남도 고유의 정서와 맛, 고집을 담고 있는 집이다.

원래 남도의 잔칫상에는 홍어가 없으면 잔칫상으로 쳐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시중 대부분의 홍어는 남미에서 수입된 것들인데 이 집은 진짜 흑산도 홍어다. 톡쏘는 맛이 일품. 삭힌 김치는 김치를 젓갈에 풀을 쑤어서 담가 3년을 묵힌 것이다. 얄팍하게 썰어나오는 무우에 홍어와 돼지고기, 삭힌 김치를 싸먹는 오묘한 맛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다.

한상을 시키면 먼저 양파소스로 만든 샐러드와 검은깨죽이 나온다. 이어서 어란과 육포와 수삼. 먹어보면 어란은 역시 숭어로 만든 것을 제일 치는 이유를 알게 된다.

갖가지 김치와 젓갈 중 돌산 갓김치는 언제 먹어도 칼칼하다. 쌀과 깨를 갈아서 끓인 머위국도 시원하다. 논에서 나는 새우나 민물새우로 만든 토하젓을 뜨거운 밥에 비벼먹거나 식사 전에 살짝 찍어먹으면 에피타이저로 이만한 것이 없다.

‘보통’ 한상이 1만5000원이고 삼합이 나오면 2만원. 삼합과 신선로 구이가 나오는 ‘특’ 한상에 3만원이다. 푸짐한 젓갈과 쌈이 곁들여지는 쌈밥은 6000원. 자리가 많지 않으므로 예약을 하는게 좋다. 02-430-8928

김재찬<치과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