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강외교와 주미대사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33분


정부가 금년초 주일(駐日)대사와 주(駐)러시아대사를 교체한 데 이어 주미(駐美)대사에 양성철(梁性喆)의원, 주중(駐中)대사에 홍순영(洪淳瑛)전외교부장관을 내정함에 따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4강외교 진용이 새로운 모습으로 짜여지게 됐다. 정부측 설명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와 외교적 변수를 감안, 4강외교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이같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 주변정세는 최근 국제사회의 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노크하는 북한의 정책변화로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다음달 12일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남북한관계는 물론이고 주변 4강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변화의 시기에 우리가 주변 4강과 어떤 외교관계를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는 바로 우리의 장래와도 직결된 중대사다. 이번에 새로 내정된 인사들은 그런 4강외교의 최일선 사령탑을 맡을 사람들이다. 그들의 역할과 임무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따라서 4강주재 대사는 누가 보아도 그 능력과 경력에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양의원을 주미대사로, 홍전장관을 주중대사로 내정한 데 대해 야당과 외교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문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구나 야당측은 두 내정자의 경력을 비교, 장래 우리의 대미(對美) 대중국 외교의 방향과 상관관계까지 거론하며 이번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측에서는 양의원의 경우 미국에서 오랜 학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야에 발이 넓은 것이 큰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가 이번 16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인물이고 특히 외교현장 경험이 없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과연 최선의 선택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전장관의 경우도 지난 1월 석연찮게 외교부장관직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명예회복’ 차원에서 발탁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우리와 4강국 사이의 관계가 지금처럼 미묘하게 돌아가는 시기는 보기 드물었다. 4강 어느 한쪽과도 그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은 취임초부터 4강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균형외교를 위해 각별한 신경을 써온 터다. 한반도 주변정세를 감안하더라도 대사 인선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옳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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