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공부하고 싶은데 합숙훈련 하래요"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해야 한다.” “집에서 공부하며 운동해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학업을 이유로 국가대표 훈련장인 태릉선수촌 입촌을 미루다 ‘대표 박탈’의 중징계(본보 24일자 C2면)를 받은 수영 여자 국가대표 장희진(14·서울서일중2) 문제에 대해 교육계가 ‘학생선수 선수촌 철수’ 등을 내세우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체육계에서 운동선수들의 학업병행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 ‘운동 기계를 만들 거냐’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스파르타식 훈련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것도 사실. 그러나 이런 훈련방법이 부작용이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장희진 문제는 바로 이런 두 가지 시각의 충돌이며 그 밑바닥에는 대한체육회와 교육청을 대표로 하는 학교체육 및 엘리트체육의 갈등이 흐르고 있다.

▼정희진은 누구▼

초등학교때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가 하버드대 MBM클럽에서 3년간 수영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한국에 와서도 취미삼아 수영을 했으며 학업성적도 뛰어났다. 1m67, 56㎏. 장희진은 지난달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유형 50m 한국신기록(26초39)을 세웠다. 이 기록은 세계랭킹 43위.

선수촌에서 합숙을 하면서 오전엔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는 선수촌에서 훈련하라는 입장. 정일청수영연맹 총무이사는 “특정인 한 사람만 촌외훈련을 인정하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구나 수영선수들은 어린 중고생들이 대부분이라 감정에 휩쓸리기 쉽다. 그 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례▼

90년 수영여자 개인혼영의 김수진(당시 부산사직고 1)은 소속학교 담당교사에게 훈련을 받아야겠다는 본인 희망에 따라 수영연맹이 촌외훈련을 인정해준 적이 있다. 당시 김수진은 학교에서 훈련하면 성적이 오르고 선수촌에 들어오면 기록이 떨어지는 상황. 90년 배영 200m의 이창하(당시 은광여고)도 일본 자비유학을 촌외훈련으로 인정해줬다.

▼대한체육회―태릉선수촌 시각▼

장창선태릉선수촌장은 “우리는 해당연맹의 위탁을 받아 훈련을 시킬 뿐 우리가 대표를 제외하거나 말거나 할 권한이 없다. 현재 주부사격선수 부순희, 마라톤 이봉주 백승도 정남균 등 촌외훈련을 하는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해당 연맹에서 요청만 하면 얼마든지 촌외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모입장▼

어머니 김주연씨(37)는 “희진이는 평소 1주일에 3번씩 1시간30분에서 2시간정도밖에 운동을 안했다. 그랬는데도 한국신기록이 나오고 대표에까지 선발됐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애가 좋아하는 코치와 즐겁게 운동하는데 돌연 선수촌에 들어와 합숙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왜 아이의 심리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공부하면서 운동도 잘하는 아이는 처음 본다며 너무 예뻐하는데…”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입장▼

황수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 겸 16개시도교육청 체육과장협의회회장은 “수영연맹과 태릉선수촌의 지도 방법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26일 인천에서 열리는 16개시도 체육담당 장학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협의해 모든 학생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철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영연맹에서는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선수촌에 입촌시켜 부상 등 오히려 경기력 저해를 가져왔다. 평영 200m의 서민정(대방여중)은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2분43초78을 기록했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선수촌 입촌훈련 이후 올 서울 소년체전에서 2분47초49를 기록해 무려 3초71이나 떨어졌다. 또 조희연(대청중), 홍찬임선수(선덕중)는 선수촌에 들어가 부상했다. 선수촌훈련은 일주일에 2번 정도면 충분하다” 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대표자격 박탈여부는 수영연맹이 아닌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김성집)의 의결을 거쳐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최종 결정한다. 여기에서 인정만 하면 무소속으로 시드니에 갈 수 있다.

<김화성·전창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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