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신부 어머니 복장 화려해진다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3분


일렌 베커만은 딸의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고르다가 순간적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에 빠졌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웨딩드레스를 기억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무엇을 입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신부 어머니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사람들 주목 받길 원해▼

그러나 베커만은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즘은 신부 어머니도 신부만큼이나 주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잡지 브라이드의 패션 담당 부장인 레이첼 레너드는 신부의 어머니가 “엷은 색 웃옷과 치마를 입던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면서 신부 어머니의 의상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유행을 타는 장르가 됐다”고 말했다.

디자이너인 캐롤리나 헤레라도 “신부 어머니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신부 어머니들은 이제 더 이상 회색 시퐁이나 레이스로 된 드레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용 관련 회사의 전직 중역인 캐롤 가베이(62)는 이런 현대적인 어머니의 전형이다. 그녀는 딸의 결혼식에 번쩍이는 장식이 달린 베이지색 드레스를 입고 가겠느냐는 질문에 펄쩍 뛰면서 “말도 안 돼요! 난 매일 6㎞를 뛰어서 아직도 날씬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지난해 6월에 있었던 딸의 결혼식에서 엉덩이까지 옆트임이 들어가서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끈 없는 분홍 드레스를 입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나딘 로페즈 크누드센은 “요즘 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서 “이는 할리우드의 영향인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인생이 조금은 화려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생승리의 최고 순간"▼

요즘 여성들은 또한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경쟁의식을 갈고 닦은 덕분에 딸의 결혼식을 자기 인생의 승리를 축하하는 최고의 순간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어떤 어머니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했던 동화 같은 결혼식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결혼식 의상을 담당해 온 베라 왕은 “대다수의 여성들은 입으로는 신부보다 더 돋보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스카상 수상식에 입고 가도 좋을 만큼 관능적이고 섹시한 의상을 입는 여성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부가 빛을 잃을 정도로 과격한 의상을 선택하는 신부의 어머니는 아직 드문 편이다. 현대적인 신부 어머니들이 전형적으로 선택하는 옷은 1996년에 샌디 펄바인더라는 여성이 딸의 결혼식에서 입었던 표범 무늬의 몸에 달라붙은 웃옷과 스커트 같은 것이다.

그러나 베커만은 딸의 결혼식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적은 책 ‘신부의 어머니’에서 몸에 딱 맞는 드레스를 입기 위해 살을 뺄 의지가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가슴이 깊이 파인 드레스를 택했다. 그녀는 “나는 가슴 사이의 골짜기가 약간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모든 사람이 그곳만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배웠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weekend/050700mother-brid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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