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정부 '주가폭락' 책임 떠넘기기 논란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현대투신에 대한 공적자금 불허를 발표, 결과적으로 현대주 폭락사태의 한 빌미를 제공했던 금융 당국이 동양증권을 상대로 ‘책임 떠넘기기식 문책’을 시도해 증권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용근금감위원장은 27일 기자들에게 실명으로 동양증권을 거론하며 “현대사태를 확산시켜 영업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동양증권에는 28일 고객들의 항의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됐다.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기관으로서 명성에도 큰 흠집이 났다. 현대증권은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동양을 고소할 것”이라고 발표, 동양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문제가 된 동양증권의 보고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의문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시황자료’. 비록 전산직원의 실수로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 8분간 공개됐지만 전날 공개된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와 참여연대의 주장 등을 요약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자료가 인터넷에 공개된 27일 오전 10시41분 전에 이미 외국투자자들이 대거 현대주를 매도했다는 점. 동양보고서와 주가하락의 인과를 입증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려면 ‘금전적 이득을 얻었다’는 전제가 필요한 데 조금 애매하다”며 한 발을 뺀다.

시장에서는 동양증권이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양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시장에서는 현대에 대한 불신이 이미 중증에 이르렀고 이같은 불안심리가 금감위의 ‘공적자금 현대투신 제외’ 발표를 계기로 현재화됐다는 것. H증권 관계자는 “현대투신과 시장을 보호하려는 발언 취지는 이해하지만 굳이 동양을 거론할 필요가 있느냐”며 “앞으로 투자분석가들은 배상보험을 들고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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