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사이트가 음반시장 판도 바꾼다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07분


음악사이트 ‘메스뮤직’(www.massmusic.co.kr), ‘가수’(www.gasu.net), ‘밀림’(www.millim.com) 이 가요계에 ‘사이버 변혁’의 싹을 틔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과 쌍방향으로 음악 정보를 공유하며 방송사와 음반사 위주의 일방적인 가요 제작 유통 과정에 “바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이트가 도모하는 변혁의 형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신곡 발표 무대, 가수의 새노래에 대한 모니터링, 다양한 음악 정보의 나눔과 이벤트 등. 능동적인 ‘문화 소비자’의 등장인 것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음악 엘리트들이 독점해온 생산과 유통이 이제는 수 많은 네티즌들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음악 사이트들이 네티즌과 더불어 도모하는 변혁은 어떤 것일까?

▽나도 조PD가 될 수 있다〓힙합스타 조PD는 미국 유학 중 인터넷에 노래를 먼저 올려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은 경우. 음반기획자 김양진씨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오프라인에서 조PD의 음반을 내 히트시켰다.

음악 사이트는 신인의 등용문이다. 메스뮤직의 ‘미발매 최신곡’ 코너. ‘나도 스타’를 꿈꾸는 신인들이 노래를 띄우면 네티즌의 반응이 내려받기 횟수로 나타난다. 횟수가 많은 곡이 히트 가능성이 높다. ‘미발표 최신곡’ 코너에는 여성 댄스 듀엣 ‘하니비’의 ‘너 잘났어’, 한국계 일본가수 박보의 ‘왜 불러’ 등 40여곡이 올라 있다. 이 중 ‘너 잘났어’는 한 달도 안돼 1899번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 히트가 예감돼 곧 음반으로 나올 예정이다.

▽음반 제작비의 절감〓음반 한 장의 제작비는 평균 1억원. 히트 확률이 5% 이하인만큼 리스크가 엄청나다. 그러나 미리 검증을 받으면 리스크는 줄어든다. 메스뮤직의 전유림 이사는 “네티즌의 검증을 통해 음반 판매량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장르의 다양화〓국내 가요계를 댄스 등 특정 장르가 과점하는 이유는 방송과 음반 제작자들이 시청률과 이윤을 높이려고 인기 장르만을 시장에 내놓기 때문. 그러나 음악 사이트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열어놓는 인터넷 속성상 언더그라운드 음악부터 컬트 음악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 ‘가수’. 아예 언더차트가 따로 있다. 여성 그룹 ‘마고’의 ‘인당수’를 비롯해 서울대 치과대 출신의 ‘펑키 도’의 ‘고백’ 등 신기한 노래들이 즐비하다. 사이버 상에서 솔로로 활동하는 ‘펑키 도’는 “기존 대중가요와 차별되는 나만의 색깔과 멜로디를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고 말한다. 사이트 ‘밀림’도 마찬가지. 힙합 그룹 ‘Mnx’의 ‘개지랄2(힙합의 용사)’ 등 ‘컬트’ 냄새가 짙게 풍기는 노래가 많다.

▽프로슈머(Prosumer·생산소비자)의 등장〓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말한 것처럼 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슈머가 등장한다. ‘누구보다 행복하길’로 주목받고 있는 신인 나우탄의 팬들이 그 사례. 나우탄은 자기 노래를 주제로 한 소설 이어쓰기 코너를 인터넷에 만들어 놓아 화제가 됐다. 팬들은 나우탄의 노래를 ‘소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 릴레이 형식으로 소설을 쓰며 또하나의 문화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팬클럽 회장 박영임양(17·대원여고)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우리 스스로가 문화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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