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軍기지 축소" 오키나와 주민 벼른다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국제면에 새로 게재되는 ‘인사이드 월드’는 국제 뉴스 가운데 한가지를 골라 집중 소개하는 난입니다. 동아일보 국제부 E메일로 알고싶은 주제를 보내주시면 우선적으로 취재해 다루겠습니다. 독자와 함께 만드는 ‘쌍방향 국제면’을 위해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일본 오키나와(沖繩)는 7월21일부터 사흘간 나고(名護)시에서 열릴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축제분위기다. 공항 호텔 상가 도로변은 G8 국기로 뒤덮였다.

오키나와가 G8회담에 거는 기대는 겉과 속이 다르다. 겉으로는 관광 산업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미군기지 축소를 겨냥하고 있다.

회담이 열리는 나고시는 G8정상회담을 계기로 이곳을 세계적 관광지로 키울 계획이다. 기시모토 다테오(岸本建男)시장은 “세계에서 3000∼4000명의 취재진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오키나와를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에는 지난해 44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그러나 95% 이상이 일본 본토인이어서 G8회담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시설 본섬 20% 점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너무 많아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는 욕구가 강하다. 오키나와에는 현재 비행장 훈련장 등 38개 미군시설이 있다. 미군 관련 시설의 연면적은 2만3795㏊로 오키나와 본섬의 20%를 차지한다. 면적으로 보아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시설의 75%가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다.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의 경우 기노완(宜野灣)시의 중앙부를 포함해 시전체 면적의 25%나 차지한다. 히가 세이코(比嘉盛光)시장은 미군 시설에 따른 △비행기 추락 위험 △야간비행 등에 따른 교육과 주거환경 침해 등 주민 애로사항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확인해줄 것을 외교경로를 통해 요청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 직접방문 확인을"▼

기노완 시민의 불만은 오키나와 현민 모두의 불만이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47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꼴찌다. 실업률도 배나 높다. 오키나와인들은 일본과 아시아의 안전보장에 필요한 교두보로서 미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오키나와에만 너무 오래, 너무 큰 부담을 주었으며 불이익에 대한 보상이 아무 것도 없다는 불만이 크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가 오키나와를 G8회담 장소로 정한 것도 이런 불만을 다독거리기 위한 것이다.

오키나와인의 불만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본디 이곳에는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를 잇는 중계무역국가인 ‘류큐(琉球)’왕국이 있었으나 1609년 일본에 정복됐다. 1879년 오키나와현(縣)이 설치됐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27년간 미군의 점령하에 있었다. 전쟁 중 일본군에 동원된 주민 14만여명이 희생당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 본토인과의 거리감은 아직도 남아 있다. 에가미 다카요시(江上能義)류큐대교수는 “일본정부는 오키나와에 대해 ‘1국2제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G8정상회담에서 오키나와인의 불만을 삭일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키나와인이 일본 본토와 미군 시설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은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키나와측 입장/"개발계획 세워 계속 줄여나가야"▼

이나미네 게이이치(稻嶺惠一)오키나와현 지사는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현민이 미군기지의 축소와 정리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계속 노력해서 미군기지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안보조약으로 일본 본토는 크게 발전했으나 오키나와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에게 이 점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미군기지가 축소되면 관광산업, 본토에 비해 자유로운 무역관련 규제, 장수(長壽)를 내세운 건강산업을 중심으로 오키나와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나미네 지사는 “개발 계획이 없이 미군기지만 줄이는 것은 개발효과가 적다”며 미군기지를 갑작스레 축소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군측 입장/"분쟁위험 예방위해 존속 불가피"▼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자 미군은 이곳 기지가 일본과 아시아 안보의 교두보란 점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오키나와주둔 미군 대변인 격인 데이비드 랜 미 해병대령은 아시아지역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없다는 점 △늘 분쟁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오키나와기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최대의 가상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또 미군 시설에는 오키나와현 다음으로 많은 일본인이 일하고 있으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시설 부지는 수시로 반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텐마비행장을 관할하는 존 머털리 미 해병대령(사진)은 “주민 불편을 고려해 밤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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