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Politics]大選자금 모금액 갈수록 '눈덩이'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밥 파머와 밥 모스바처는 1988년에 각각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의 자금 담당을 맡고 있었다. 당시 그들은 선거자금 모금의 귀재로서 부자들, 기업들, 노동조합들이 대규모의 자금을 자신들이 속한 정당에 기부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개인이 아니라 정당을 위한 기부금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이 자금은 소프트머니라고 불렸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정치자금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자금 모금에 관한 책으로 곧 출간될 예정인 ‘머니 맨’을 쓴 제프리 번바움 역시 이들 두 사람 의견에 동의하면서 “소프트머니의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선거 5억달러 달할듯▼

다른 선거자금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두 정당이 무려 5억달러나 되는 소프트머니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폐단이 저질러졌던 4년 전에는 소프트머니의 규모가 2억6200만달러였다.

번바움은 클린턴-고어 자금 팀이 소프트머니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의 민주당은 5만달러짜리 수표 한 장만 받아도 축제분위기였다”면서 “지금은 부유한 민주당원들이 매년 10만달러 이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번바움은 또한 공화당이 “8년 동안이나 백악관에 들어가지 못해 승리에 굶주려”있기 때문에 부유한 공화당원 50명 이상이 참가비로 25만달러씩을 내야 하는 자금모금 파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파머와 모스바처는 요즘 핵무기를 개발한 것을 후회하는 물리학자들처럼 보인다. 1988년 파머는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많은 자금을 거둬들여 민주당을 압도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부유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10만달러씩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민주당 이사’라는 직함을 붙여주었다.

▼무제한 정당기부금 문제▼

모스바처는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을 알고 자신들이 경쟁에서 뒤떨어질까봐 걱정한 나머지 민주당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로 했다. 그리고 돈을 기부한 사람들에게 ‘팀 100’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모스바처는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가 이 아이디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는 소프트머니를 민주당의 손에만 맡겨 둔다면 공화당은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는 모스바처의 의견을 결국 받아들였다.

1988년 이전에는 소프트머니가 그렇게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1974년에 제정된 연방 선거법은 정당활동을 위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허점을 안고 있었다. 이 허점을 메우려는 법적인 시도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는 결국 대통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통령 후보들은 개인들로부터 직접적인 기부금을 1000달러 이상 받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고어 부통령은 조지 부시 주지사에게 소프트머니를 받지 말자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가 이런 제안을 하는 순간에도 그의 정당은 오찬 모임 등을 통해 많은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2일에 고어는 맨해튼에서 두 차례에 걸친 오찬 모임을 통해 75명의 기부자들로부터 민주당에 대한 기부금 7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공화당 역시 대규모의 소프트머니를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머니가 보편화되면서 10만달러 이상의 기부금도 흔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1988년에 거액을 기부했던 사람들은 이번에 더욱 더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연방 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1988년에 ‘팀 100’의 일원이었던 리처드 파머라는 사람은 지난해에 공화당에 44만5000달러를 기부했고, ‘민주당 이사’ 중의 하나였던 칼 린드너라는 사람은 지난해 민주당에 27만달러를 기부했다.

▼벌률 규제로는 한계▼

이제 더 이상 선거자금 모금에 간여하지 않고 있는 밥 파머와 모스바처는 선거자금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소프트머니를 금지하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법안 등 여러 관련 법안들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마이애미에서 첨단기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파머는 대통령 후보들의 TV 광고를 무료로 해주거나 할인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텍사스에서 에너지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모스바처는 만약 기업이 기부하는 소프트머니가 금지된다면,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기부에 대해서도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파머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소프트머니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선거자금 개혁의 문제는 법의 허점을 하나씩 메울 때마다 또 다른 허점이 생겨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32600soft-money-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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