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삼국지]조훈현-이창호-유창혁 '빅3' 명예전쟁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최강’이라는 수식어만큼 바둑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도 없다. 하지만 ‘바둑의 세계 최강국은 어느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바둑은 개인적 성향이 강한 데다 어느 대회를 기준으로 삼느냐에서부터 제한시간과 덤의 채택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승부가 바뀌기 때문이다.

22일부터 서울에서 마지막 3라운드를 치르는 제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 바둑최강전. 이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바둑 3강이 승부를 겨루는 유일한 국가대항전이어서 팬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각각 5명의 기사가 출전, 승자가 상대를 바꿔가며 계속 싸우는 ‘연승전(連勝戰)’ 형식이다. 이 대회의 전신격인 진로배에서는 한국이 92년부터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바둑계의 강자로 부상했었다.

‘바둑 삼국지’의 전망은 어떨까. 한국은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에서 치러진 1, 2라운드를 거치면서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9단 등 이른바 ‘빅 3’가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이에 비해 중국은 마샤오춘(馬曉春) 창하오(常昊) 9단의 ‘쌍두마차’가 버티고 있고 일본은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 7단과 지난해 혼인보(本因坊) 타이틀을 거머쥔 조선진 9단이 출전한다.

한국은 숫적인 우위에다 홈코트의 이점까지 있어 다소 앞서고 있다. 무엇보다 1월21일 8차전에서 한국의 3번 주자인 조훈현 9단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을 꺾은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본의 3번 주자였던 요다 9단은 잘 알려진 대로 ‘한국기사 킬러’. 세계 최강인 이창호 9단에게 7승2패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고 조훈현 유창혁 9단과도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등 한국팀으로서는 언제나 껄끄러운 난적이었다. 실제 요다 9단은 조 9단에게 무릎을 꿇기 전 한국 김영삼 4단과 중국 왕레이(王磊) 8단을 잇따라 꺾으며 기세를 올렸었다.

3라운드 첫 경기인 제9국에서는 8국의 승자인 조훈현 9단이 중국의 창하오나 마샤오춘 중 한 기사와 겨루게 된다. 조 9단의 창하오(2승3패)와 마샤오춘(4승7패) 9단에 대한 성적은 다소 부진한 편이다. 또 최근 조 9단이 패왕전 제2국에서 이성재 5단을 이겨 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지만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과 박지은 2단에게 잇따라 지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가 부담스럽다. 유창혁 9단도 창하오(2승2패) 마샤오춘(3승2패)을 상대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팀이 비교적 여유를 보이는 것은 이창호 9단의 존재. 창하오(9승1패) 마샤오춘(22승6패) 야마다 기미오(1승) 조선진(4승) 등 나머지 상대에게는 이 9단이 ‘호랑이’나 다름없다. 제한시간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의 준속기 방식으로 진행되며 덤은 6집반.

케이블의 바둑 TV는 22일 오후1시4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의 강당에서 벌어지는 9국을 생중계한다. 한국기원의 사이버기원(www.baduk.or.kr)도 오후2시부터 생중계 예정.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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