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다뉴브강의 오염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다뉴브강은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때문일 게다. 다뉴브강이 몸살 중이다. 알프스에서 발원해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유고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거쳐 흑해로 들어가는 남동유럽의 수로인 다뉴브강은 지난해 코소보전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토군의 유고 공습으로 여러 다리가 무너졌지만 교량복구와 재건 책임 및 비용문제로 의견이 갈려 배의 운항도 원활치 않은 상태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까, 다뉴브강이 이번에는 오염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30일 루마니아의 금광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인 시안화물이 섞인 폐수 수천t이 지류를 통해 유입됨으로써 다뉴브강은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 외신들은 1m가 넘는 고기를 건져내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모습과 함께 헝가리와 유고 유역은 박테리아까지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됐다고 전했다. 또 물고기 등을 먹는 새나 동물들도 죽고 있다고 했다. 헝가리와 유고는 강의 원상회복에는 10년이나 걸릴 것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밝혔으나, 루마니아는 폐수 피해는 미미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다.

▷다뉴브강의 오염문제는 라인강을 연상시킨다. 다뉴브강도 라인강과 마찬가지로 국제하천이기 때문에 유역국가가 협력해야만 수질 회복이 가능하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죽은 강’이었던 라인강이 생명을 되찾은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폐수 때문이었다. 1986년 농약과 수은을 보관 중이던 스위스 농약회사 화재시 소방대가 뿌린 물에 농약과 수은이 섞여 강으로 흘러들어가 철갑상어 등이 떼죽음을 당했고 식수공급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라인강 살리기 국제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라인강 상류에 다시 고기가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나 걸렸다.

▷국내에서도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을 비롯해 수자원 오염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낙동강은 여러 지방자치단체 관할지역을 거침으로써 이제는 강의 개발과 오염 방지는 관련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강 금강 영산강의 문제이기도 하다. 강이 건강해야 국토가 산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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