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그래도 빠른 시기다. 선거까지 두달여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지금 논란과 혼선을 빚고 있는 선거법 문제와 관련해 정리하고 가닥을 잡아 둘 것은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소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한 선거법 부분 손질은 현실적인 선택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위태로운 ‘미봉’이다. 우선 단체의 선거운동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87조를 부분적으로 고치는 선에서 현행 틀을 고수한다면 시민단체는 ‘선거법 불복종’운동을 벌이겠다고 주장한다. 낙천 낙선운동의 부분적 허용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집회 연설 서명운동 가두행진 홍보물배포 같은 실질적인 운동수단을 막아 버리고서 무슨 허용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 등은 ‘입만 풀어주고 손발은 묶는 게 무슨 개정이냐’면서 선거법상 20가지도 넘는 제한규정의 대부분이 공익적 운동의 장애라고 들고 있다. 그러면서 ‘공익’운동으로서의 낙천 낙선운동을 아예 선거운동 개념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이런 주장은 현행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의 개념, 즉 ‘특정후보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않게 하는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양측의 주장이 어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면 시민단체들은 실정법을 초월한 저항운동으로 나갈 것 같으며 이렇게 되면 자칫 선거관리위원회나 검찰 경찰과 정면 충돌할지도 모른다.

총선연대측은 ‘우리는 공익을 위한 낙선운동을 하는 것이지 당선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특별한 대우를 요구한다. 그러나 명분이야 무엇이건 현실적으로는 낙선과 당선운동이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하는데 어떻게 ‘특례’를 인정할 수 있을지, 둘째로 수많은 시민단체 가운데서 그 질을 누가 평가하고 ‘공익성’을 담보하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와 여야정치권에서는 선거법 87조 이외에 선거운동방법 등에 관한 것까지 개정하는 것은 ‘선거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대목’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꼭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 선관위 시민단체 등 3자가 머리를 맞대고 철야(徹夜)협의를 해서라도 가닥을 잡아 누구나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 놓고 선거에 들어가야 한다.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이다. 일단 룰이 만들어지면 모두 성실하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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