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이래서 강하다]업무섞은 팀制로 조직침체 막는다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맛이 달라졌다거나 품질이 나빠졌다는 말을 듣는다. 성공한 기업들이 부딪히는 딜레마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에 급성장한 미국의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도 그렇게 고백했다. 저서 ‘가슴을 부어라’에서 그는 “직원이 2만5000명으로 성장한 지금도 직원수가 5000명일 때 고객들 및 체인점 파트너들과 형성한 신뢰관계를 똑같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어려운 딜레마”라고 말했다.

규모가 커질수록 유리해지는 점도 많다. 대량생산으로 제품단가를 낮추고 납품업자들에 대한 협상력도 강해질 수 있다. 홍보예산도 넉넉히 쓸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커질수록 대면접촉이 지시공문으로, 팀워크가 부서이기주의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정신이 보신주의로 변질돼가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다.

홀리데이 인 호텔 체인이 그랬다. 이 체인은 1960년대 자동차여행 붐에 착안, 가족단위 여행객을 겨냥한 호텔운영으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모험기업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시대흐름을 읽지 못한 지진아가 됐다. 내부 관료주의의 병폐 때문이었다. 1990년대 들어 뒤늦게 개혁에 나선 이 회사는 호텔 내부를 전기톱으로 써는 TV광고를 내보냈다. 거듭 나기 위해서는 자기 부정부터 해야했던 것.

미국 최대 자동차 렌트회사 엔터프라이즈는 미 전역에 약 3700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경쟁회사인 허츠(Hertz)의 1200개보다 3배 이상 많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지점을 크게 내고 넓은 지역을 관할하게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는 미국 전체 인구의 90%를 15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지점들을 촘촘히 배치했다. “고객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고객들을 태우러 가겠다”는 선전은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엔터프라이즈는 지점장들에게 최대한의 재량권과 파격적으로 많은 보수를 준다. 자기 방식의 기업을 일궈보겠다는 도전의식이 충만한 젊은 대졸자들을 유치한다. 연간 외형 50억달러의 초대형 기업이지만 조직이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

이 회사는 1997년 마케팅 매니지먼트 협회가 주는 ‘올해의 마케터(Marketer of This Year)’ 상을 받았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21세기에도 성장할 기업’의 하나로 이 회사를 선정했다. 소규모 다점포 전략이 새 마케팅 모델로 인정받은 셈이다.

1996년 미국 상무부가 주는 맬컴 밸드리지(Malcolm Baldrige)국립품질상을 수상한 컨설팅회사 커스텀 리서치는 코카콜라나 프락터 & 갬블 같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시장조사와 마케팅 전략을 제공한다. 연간 수입이 3000만달러에 이를 만큼 회사규모가 커졌지만 아직도 소기업이었을 때의 ‘인간적 향기’를 잃지 않고 있다. 조직을 기능별로 구획하지 않고 업무영역이 다른 5∼9명을 한 팀으로 묶어 고객기업들의 의뢰와 의문사항을 전담케 함으로써 조직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모두 9개의 팀이 있기 때문에 이 회사는 9개의 조그만 창업회사로 이뤄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년대 IBM과 제록스가 선보인 팀제 생산방식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기업들이 관료주의의 병폐를 막고 치유하는 것, 그것도 미국 경제를 젊게 하는 힘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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