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주노명 베이커리/잠깐의 불륜이 사랑을 깨울까?

  • 입력 2000년 1월 14일 08시 05분


익숙함 때문에 사랑을 잊어버린 부부에게 잠깐의 불륜이 사랑을 일깨우는 윤활유가 될 수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인 ‘주노명 베이커리’는 ‘그렇다’고 대답하는 영화다.

박헌수 감독은 잠깐의 불륜을 끈적 끈적한 욕정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비현실적이지만 즐거운 상상으로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꾸려 나간다. 소박한 가장인 주노명(최민수 분)은 어느 날부터인가 한숨을 쉬기 시작하는 아내(황신혜)의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아내의 외도를 돕다 자신도 불륜에 빠진다. 그러나 결과는 해피 엔딩.

이 영화는 빵 만드는 일과 사랑의 감정을 줄곧 대비시킨다. 초반부에 성적 흥분에 이르는 아내의 표정과 페스트리 빵의 숙성 장면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발상은 재치있다. 그러나 지나친 대비가 때론 억지스럽기도 하다.

몰래 바람을 피우는 부부가 서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오히려 예의를 갖추는 몇몇 에피소드들에선 부부관계에 대한 냉철한 시선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맹점은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코미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웃음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보이는 장면들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때의 민망함을 자주 느끼게 하는 영화다. 18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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