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인터넷시대 '창조적 새도시'등장

  • 입력 2000년 1월 13일 22시 05분


만약 미국의 도시들이 반드시 도시 이름에 ‘.컴’을 붙여야 한다 해도 오리건주 해프웨이는 그 첫 번째 영광을 누릴 도시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눈 덮인 왈로와 산맥으로 감싸인 이곳은 인터넷으로 번영을 누리는 신흥도시와는 아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치는 아름답지만 경제적으로는 약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 도시의 시의회가 최근 필라델피아 교외에 있는 한 인터넷 창업회사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해프.컴’(Half.com)으로 바꾸는데 동의했다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하면서 도시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개인 대 개인 전자상거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만 알려진 해프.컴측은 웹사이트의 문을 여는 날 전야에 펼쳐질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이 도시의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 도시를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관광지로 홍보하겠으며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프웨이 시 당국은 시의회의 발표가 있은 후 시민들의 의견이 찬반 양론으로 갈라지자 지난해 12월 열린 시의회에서 이름변경이 최종 승인되었다는 기록은 잘못된 것이라는 발표를 재빨리 내놓았다. 현재 해프웨이 주민들은 이 문제에 대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사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도시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주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 홈스테드 시장은 운동경기장 이름이 그 경기장 건설의 스폰서가 되어준 기업의 이름을 따서 지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데서 착안해 지난해에 100만 달러를 내겠다는 스폰서가 나타나면 도시의 이름을 바꿀 용의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해프웨이 시민들도 처음에는 해프.컴의 제안에 약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진지한 태도로 이 문제를 대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린 멜키어는 “내 고조부가 이 도시의 이름을 지었기 때문에 만약 이름을 바꾸는 것에 굳이 반대해야 한다면 내가 앞장을 서야 할 것이지만 나는 이름을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수인 브루스 허니맨은 거의 씹어뱉는 듯한 말투로 “나는 해프웨이가 해프.컴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세상 모든 것이 인터넷 용어로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전화 설치업을 하다가 은퇴한 버드 리그스도 포틀랜드에 있는 아들과 통화를 할 때 아들이 “아버지, 아버지 사시는 곳이 지금 전세계 멍청이들의 본부가 되고 있다면서요”라고 말했다면서 “아들은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내게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해프웨이 시 당국은 도시의 이름을 바꿀 경우 해프.컴측으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