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漸入佳境(점입가경)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顧愷之(고개지·344∼405)라면 중국 東晉(동진)시대의 화가로 書藝(서예)의 王羲之(왕희지)와 함께 藝林(예림)의 雙璧(쌍벽)을 이뤘다. 당시는 불교가 성행한 까닭에 절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돌았다.

363년 어느 날 南京에 있던 일단의 승려들이 瓦棺寺(와관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 헌금자를 모으기로 했는데 몇 달을 노력했지만 예정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초라해 보이는 20세의 청년이 와서는 말했다. “내가 백만전을 내겠소. 그러니 절이 완공되거든 알려 주시오.”

드디어 절이 완공되었다. 그 청년은 불당 한 칸을 깨끗이 정리시키고는 그 벽에다 維摩詰(유마힐)의 불상을 그렸다. 뛰어난 필치로 얼마나 정교하게 그렸던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의 그림은 삽시간에 알려져 이를 보러 오는 이들의 布施(보시)가 삽시간에 백만전을 넘었다고 한다. 이 청년이 바로 顧愷之였다.

그는 문학과 서예에도 능해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 여기에다 時俗(시속)과 맞지 않는 특이한 언행과 諧謔(해학)으로 당대 사람들은 그를 ‘三絶’이라 불렀다. 痴絶(치절)은 그의 奇行(기행)과 유머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甘蔗(감자·사탕수수)를 즐겨 먹었는데 늘 가는 가지부터 먼저 씹어 먹었다. 원래 사탕수수는 줄기가 더 맛이 있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묻자 태연하게 말했다. “그야 점점 갈수록 단맛이 나기 때문이지(漸入佳境).”

이 때부터 漸入佳境은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되는 것을 뜻하게 됐다. 줄여서 蔗境(자경) 또는 佳境(가경)이라고도 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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