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韓美軍 공조의 현주소

  • 입력 2000년 1월 7일 00시 48분


국방부와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경기 파주에서의 미군부대 폭발물 소동에 대해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군 수뇌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폭발물 소동이 벌어진 5일 오전 올들어 처음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 가능성에 대비, 한미연합 위기관리 및 대비태세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한 뒤여서 더욱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미군은 미군대로 ‘먼저 살기 위해 미군은 당일, 주민은 다음날 대피해도 되는 거냐’는 비판이 잇따르자 대미(對美)감정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4일 오전 10시에 입수한 첩보를 7시간이 지나서야 한국군측에 알린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했다.

“첩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단계별로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했고 첩보제공을 일부러 늦춘 건 아니다”고 주장하다 “첩보입수 직후 곧바로 한국군측에 알렸다”고 말을 바꿨을 뿐이다. 언제, 어떤 경로로 한국군측에 통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테러첩보가 사실일 경우 해당 부대는 물론 반경 1㎞지역까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무용 UH60헬기 4대를 비상대기시킬 정도라면 관련내용을 지체없이 한국측에 알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공조체제’라는 거창한 말 이전에 의무이자 도리다.

이번 상황은 북한의 도발이나 침투에 따른 위기가 아니라 대테러 차원이므로 한미 양국군이 합동 위기조치반을 가동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도발이든 침투든 테러든 군의 존재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없는 주장이다.

미군측은 첩보제공이 늦어진 이유를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양국의 공조체제에 허점이 있는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교훈으로 삼겠다”(윤일영·尹日寧국방부대변인)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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