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병원들 수익노리고 '제왕절개' 부추긴다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04분


제왕절개 분만과 고급병원 선호현상이 의료보험 재정악화의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했다.

2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분석한 의료보험 진료비 증가요인에 따르면 제왕절개 분만과 진료의 고급화 현상이 노인급여비 증가 및 만성퇴행성 질환의 증가 등 전통적 요인 외에 최근의 의료보험 적자를 주도한 새로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보험기관이 전국의 각급 병원에 지급한 급여비는 90년 1조8910억원에서 98년 6조5713억원으로 8년동안 약 3.5배 증가하는 등 98년말부터 지역 직장 구분없이 모든 의료보험이 적립금을 까먹고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99년 보험료를 일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보재정 적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비 정상분만 2.7배

▼ 제왕절개 분만 증가 ▼

85년 6%에 불과하던 제왕절개 분만은 90년 13.3%, 95년 21.3%로 늘어나더니 98년에는 36.1%로 무려 6배나 늘어났다. 이로 인해 제왕절개 분만은 입원순위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상분만한 경우 입원일수가 평균 2.9일인데 비해 제왕절개 수술은 평균 입원일수가 7.4일이나 돼 병원 수입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 분만율이 가장 높은 병원은 64.2%로 가장 낮은 병원의 19%보다 3.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병원마다 제왕절개의 기준이 제각각이며 불필요한 제왕절개도 상당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정상분만과 제왕절개 분만간 진료비 격차가 약 2.7배(98년 기준)에 달해 의료기관들이 수입 증대를 노려 산모들에게 제왕절개를 부추긴 때문으로 풀이된다.

98년 기준으로 70만명의 신생아가 의료기관에서 분만한 ―경우 분만진료비는 3547억원이기 때문에 제왕절개수술비율을 95년도 수준인 21.3%로 억제할 경우 약 546억원의 재정이 절감되는 셈이라고 의보공단은 분석했다.

◇큰병원 선호 재정압박

▼ 종합병원 선호추세▼

3차진료기관을 포함한 종합병원 이용건수는 90년부터 98년까지 연평균 8.7%, 진료비는 17.6%씩 증가해 전체 진료건수(8%) 및 진료비 증가율(16.2%)를 앞질렀다. 특히 분만진료에 있어 종합병원 선호가 두드러져 공무원 교직원 대상자중 90년 종합병원 분만비중은 36.3%였으나 98년에는 45.5%로 늘어났다.

또 급성충수염 환자의 경우 입원건수는 매년 1.7%씩 감소했으나 종합병원 이용빈도는 연평균 3%씩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환자들이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까닭은 경제수준의 향상과 함께 질적으로 차별화된 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때문. 하지만 가벼운 질병을 가진 환자도 동네의원을 이용하기 보다는 종합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에 ‘30시간대기, 3분진료’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노인의료비 및 만성퇴행성 질환 증가▼

98년말 현재 노인인구는 275만명으로 인구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은 병을 가지는 비율이 높고 질병의 상태도 만성화됐기 때문에 치료와 관리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 의료보험 재정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보험급여비는 15.5%로 노령인구 구성비 6.5%의 2.5배나 되며 급여비 연평균 증가율도 25.8%나 되는 등 급여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공무원 교직원 의료보험 대상자를 기준으로 만성퇴행성질환 진료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진료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년 7.3%에서 97년 9.5%로 연평균 11.6%씩 증가했다. 특히 고혈압과 뇌혈관 질환은 연평균 21%, 25%씩 증가해 진료비 증가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만성퇴행성질환에 의한 진료건수가 늘고 있는 것은 노인인구의 증가와 생활양식의 변화, 환경오염,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위험요인에 노출될 기회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벼운 병 부담 늘려야

▼대책▼

전체 진료비에 비해 병의원의 본인 부담금이 너무 낮은 것이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1차 진료기관에서 하루 진료비가 1만원 이하일 경우 환자들이 내는 본인부담금이 3200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가벼운 질병으로 병원을 찾을 때는 본인부담금을 올려 환자들에 대한 비용 부담을 올리고 대신 중병에 걸렸을 때 많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불필요한 제왕절개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상분만과 제왕절개와의 진료비 격차를 줄이고 정상분만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급여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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