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실전강좌]'분명한 입장' 독창적으로 일관되게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주장’은 논술문의 생명이다. 자신의 주장이 없는 논술문은 ‘죽은 글’이다.

올바른 주장의 3요소는 △분명한 입장 △사고의 독창성 △사고의 일관성이다. 이 3요소의 바탕에 논리가 깔려 있어야 한다.

먼저 자신의 입장을 세우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자신의 입장을 확립하는 과정은 문제유형에 따라 다르다. 논술 문제는 ‘옹호 논박형’과 ‘과제 해결형’으로 크게 나눠진다.

옹호 논박형은 상반되는 두 주장 중 하나를 지지하거나 제3의 입장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교복착용’ ‘사형제도’ ‘동강댐 건설’ 등 수험생이 자주 접하는 문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행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96년 연세대)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찬반.(97년 경북대)

성취 지향적 태도와 현실 만족형 중 바람직한 태도는?(98년 서울시립대)

이런 문제에서는 제한사항이 중요하다. ‘둘 중 하나를 지지하라’는 제한이 있으면 반드시 어느 한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이 때 제3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은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반대쪽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의 96년 연세대 문제를 분석해보자.

△유행의 긍정적 측면

①개성을 살린다.

②시대를 앞서간다.

③생활에 변화와 활력을 준다.

④신제품 개발 촉진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

△유행의 부정적 측면

①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개성을 지키는 것이다.

②새롭고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이 낫다.

③유행을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한다.

④계속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하므로 자원이 낭비된다.

이처럼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살핀 뒤 자신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양비양시론(兩非兩是論)에 빠지면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수험생은 ‘긍정적 측면’의 ①에 대해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② ③에 대해서는 삶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견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

과제 해결형은 ‘∼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유형. 98년에 대부분의 논술문제가 이 유형이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1964년 키티 제노비즈라는 여인이 집 앞에서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처럼 이웃의 불행에 수수방관하는 현상을 ‘키티 제노비즈 신드롬’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찾아본다.

둘째, 그 원인을 찾아본다.

①자신에게 이익이 안되는 일을 기피한다.

②남이 돕는 것을 간섭이라고 생각할까봐 주저한다.

③남을 돕다가 뒷치다꺼리를 하는 등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다.

④자신의 직접적 행위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결 방안은 앞에서 떠올린 원인에서 도출해야 한다.

① ② 평소에 학교교육, 매스컴 등에서 이타심을 기르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한다.(의식개혁)

③ 남을 돕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를 마련한다.(제도개혁)

④ 남을 돕지 않는 사람에게 제재를 가하는 제도를 마련한다.(제도개혁)

논술은 사회적 문제에 관한 것이어서 사회 구성원의 의식과 사회를 움직이는 틀인 제도를 함께 다루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edutopia.com

▼자연과학 문제는 윤리교과서 수준▼

지난해 부산대는 논술시험에서 인문계 문제로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자연계 문제로 ‘바람직한 여성관’을 출제했다.

이는 지금까지 계열에 맞는 제재(題材)를 출제하던 관행에서 벗어난 것. ‘문제가 계열별로 편중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것이 대학측이 밝힌 출제 의도였다. 올해에도 많은 대학에서 이같은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논술시험에서 계열에 상관없이 한 문제만 출제하는 대학이 늘면서 인문계 학생들도 자연과학 제재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논술시험에서 출제되는 자연과학관련 문제는 윤리교과서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교과서의 ‘과학과 윤리’중 ‘과학 기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부분을 숙지할 필요가 있으며 어떤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이 부분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 부분의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기술이 인간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킨다.

둘째, 과학기술은 좋은 것이므로 장려해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