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목적세 손못대는 '조세개혁'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정부는 교육세 교통세 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를 없애 일반세에 흡수하기 위한 ‘조세체계간소화 임시조치법안’의 국회 상정을 포기했다. 목적세 폐지 추진이 작년에 이어 거듭 좌초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세는 무기한으로, 교통세와 농특세는 각각 2003년 12월과 2004년 6월까지 계속 남게 됐다. 조세정책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내년에 다시 목적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하지만 공허하게만 들린다.

현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근본적인 조세개혁’을 강조해왔다. 그 핵심 가운데 하나가 국세의 20%를 웃도는 목적세를 폐지, 혈세의 낭비요인을 줄이고 재정을 탄력적으로 배분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재경부는 목적세를 없애야 할 필요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해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부터 올해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강도높은 세제개혁을 여러번 역설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학교 바로세우기실천 교육자 결의대회’에서 교육세의 존속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것이 조세개혁의 실체인지 묻지 않을 수없다. 또 목적세 폐지 백지화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신념과 소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가겠다”던 김대통령의 결의와 무관한 사안인지도 궁금하다.

아무튼 김대통령이 교육세 존치를 약속하자 재경부는 “교육세를 존속시키기로 한 이후 교통세와 농특세 관련부처(건설교통부, 농림부)도 덩달아 목적세 폐지불가론을 주장한다”며 반론 한번 펴지 않고 꼬리를 내렸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가 충분한 예산심의 없이 해마다 일정한 재원 배정을 보장하는 목적세 ‘주머니’를 놓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저항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말이다.

현행 목적세는 조세 부담과 편익을 연계시킨다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예산편성의 통일성과 유연성을 해치는 ‘재정 비효율의 표본’이 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목적세가 국세 뿐 아니라 지방세까지 합쳐 6개나 되고 지방양여금으로 쓰이는 주세와 전화세도 일종의 목적세나 다름없다. 그것들의 방만한 운영에 따른 세금 낭비 이외에도 조세체계의 복잡화로 인한 징세행정비와 납세비의 가중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건교부 등 운용부처들이 목적세를 충분히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써왔다면 이를 당당히 일반회계에 편입해 국회 심의를 받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현정부와 집권여당 뿐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까지도 목적세 폐지에 반대하는 주된 까닭은 눈앞의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세제 및 재정개혁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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