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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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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을 50년 후인 현재로 돌려보면 세가 드림캐스트가 내놓은 펜펜 트라이―아이슬론이라는 경주게임과 만나게 된다. 이 게임은 사탕과 장난감, 그리고 전통적인 괴물들이 등장하는 신비한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어린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작고 둥근 생물들은 눈이 쌓여 있는 겨울 풍경 속에서 뒤뚱거리며 걷거나 배로 미끄러진다. 이들이 통과하는 길 양편에는 막대사탕을 비롯한 각종 달콤한 과자들이 장식돼 있다. 이 과자의 단계가 끝나면 밝게 빛나는 천연색 눈이 밤의 풍경 위에 내린다.
그 다음 장난감 단계에서는 거대한 오리와 레고 블록으로 만든 병사들이 앞길을 막는다. 그리고 공포 단계에서는 호박초롱과 해골 괴물, 안개처럼 흐릿한 유령들이 나타난다. 각 단계에 자리잡고 있는 물 속에는 해파리, 거품, 화려한 색깔의 생물 등이 반짝거린다.
엔진이 달린 차량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경주게임과 달리 펜펜은 게임에 등장하는 생물의 몸을 경주의 기반으로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 자신이 수영을 하거나, 배로 미끄러지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또 속도를 낼 때도 자신이 직접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속도를 낼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사용자는 또 게임기의 버튼과 스틱을 움직이면서 게임 속의 생물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얼음의 딱딱함과 미끄러움, 끈적끈적한 물, 솜털 같은 눈송이의 감각이 사용자에게 전해져 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펜펜은 게임으로서도 성공작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서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사용자는 굳이 경주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앞으로 돌진할 필요가 없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경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나중에 자신의 게임 내용을 다시 돌려보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경주에는 시작이 있고 중간이 있고 끝이 있으며, 각 고비마다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 자체의 오프닝과 엔딩도 마치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오프닝 만화는 사용자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고, 엔딩에서는 펜펜이 스누피처럼 지붕 위에서 잠을 자는 장면과 함께 밝게 빛나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당신은 오늘 정말 훌륭했습니다. 이제 쉬십시오, 펜펜.”
(http://www.nytimes.com/library/tech/99/11/circuits/articles/11gam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