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이명숙/'선생님'이라 부르길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36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02―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선생님’을 오랜 기간 만난다. 서너살이 되면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배낭을 메고 유치원에 다닌다. 이때부터 시작해 초중고 대학을 거치며 무려 20여년을 선생님 만나러 다닌다.

부모들은 무엇 때문에 허리가 휠 정도로 과중한 교육비 부담을 지면서 자녀들을 선생님에게 보내는가? 좋은 것을 배우라는 것이 아닌가? 교육이 효과를 내려면 교육 내용에 앞서 학생들의 마음 속에 교육자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있어야 한다. 불신하는 사람에게서 무슨 배울 마음이 생기겠는가?

부모들이 자녀들 앞에서 ‘학교선생’이니, ‘학원선생’이라 지칭하는 것을 종종 본다. 어디 그뿐인가? ‘선생’에게 촌지를 갖다 줬다느니, 학교 한번 오라고 전화왔는데 무슨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다느니….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다. 부모가 ‘선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불신하면 당연히 자녀들은 그대로 배운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 아니겠는가?

가정과 사회가 아이들의 교육을 맡은 교사들에 대해 불신하고 함부로 표현하는 것이 요즘 교육붕괴 교권추락 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교사가 비교육적 행태를 보이는 사례가 없지 않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여건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설혹 일부 교사가 잘못하더라도 그런 일을 자녀 앞에서 ‘선생’이라 부르며 비판하거나, 매스컴에서 일부 교사의 문제를 마치 전체 교사의 것인양 과장보도하는 것은 청소년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날부터 부모와 매스컴이 최초의 교사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와 매스컴이 쓰는 언어와 가치관을 그대로 모방하며 자란다. 잘못이 있는 교사는 감독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하고 일벌백계 원칙을 일깨워 주면 된다. 교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아이들 모르게 어른들끼리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남아 있는 더 많은 교사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교권 문제는 내놓고 떠들면 떠들수록 더욱 상처를 입을 뿐이다. 교권을 세워 주는 길은 진정한 교육자들이 헌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교실 몇개 더 짓고 교사수당 몇푼 올려주는 일이 아니다. 그에 앞서 교육자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선생’이라고 부르던 것을 ‘선생님’이라고 고쳐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명숙 <청소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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