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옷사건 부메랑'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43분


지난 6월초 발표된 옷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론은 한마디로 ‘실패한 로비’였다.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검사팀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사법처리에 강한 의욕을 보임으로써 이러한 검찰의 수사구도를 전면적으로 붕괴시킬지도 모를 새 국면을 낳고 있다. 특히 정씨가 밍크코트 1억원어치를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강매한 사실과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연씨를 사법처리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특검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검찰수사를 이끌었던 한 대검 간부는 “그것은 누구 말을 더 믿느냐의 판단 문제”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문제는 누구를 구속하고 안하고에 앞서 과연 공정한 수사를 했느냐 여부에 있다. 그런 점에서 검찰수사 당시 법무장관 부인이던 연씨에 대한 특별배려가 의혹을 샀던 것이고 이제 특검팀의 처리방향이 주목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판단 문제’에 앞서 그 바탕이 되는 객관적 사실관계부터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연씨 집으로 호피무늬 밍크코트가 배달된 날은 국회청문회 과정과 작가 전옥경(全玉敬)씨의 증언에서도 드러났듯이 검찰발표(작년 12월26일)보다 일주일 앞선 날(12월19일)로 밝혀졌다. 반품날짜도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해 1월5일보다 2,3일 늦은 날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배달날짜는 라스포사측이 세무조사를 우려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사실규명을 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여성 4명의 위증여부를 적극적으로 규명하려 하지 않은 대목도 의문이다. 지난 8월 국회청문회 대질신문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듯이 연씨와 정씨, 이씨, 그리고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등 4명은 각기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것은 검찰수사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상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그들의 위증여부를 캐는 작업부터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짜맞추기 수사’의 흔적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특검팀의 수사에 더욱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최근의 언론대책문건 사건도 바로 이런 옷로비의혹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수많은 의혹을 덮기만 한다면 또다시 특검수사를 자초하게 될지 모른다. 그런 불행한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이 정도(正道)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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