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특검팀의 '집안 싸움'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우리가 본뜬 미국의 특별검사는 정확히 말하면 6월말 폐지된 독립검사(independent counsel)에 가깝다. 독립검사는 대법원의 지명과 의회 인준에 의해 임명됐다. 이것 말고 우리처럼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라는 것도 있으나 이는 법무장관에게 임면권이 있어 행정부 입김이 늘 문제였다. 닉슨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사건 수사도 이 특별검사가 수행했으나 행정부 개입이 문제로 대두돼 새로 도입된 것이 독립검사제도였다.

▽옷로비의혹과 파업유도의혹사건 재수사를 위해 도입한 특검제가 파업유도사건 특검팀의 내분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뉴스다. 전현직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수사참여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당초부터 여기저기 이질적 집단에서 급조된 팀인만큼 다른 목소리가 안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출신과 재야출신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은 보기에 민망하다.

▽수사의 요체인 공정성과 독립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함께 있어야 빛이 나지만 현실적으로 상치되는 측면 또한 없지 않은 것 같다.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측은 검찰출신도 수사에 참여시킴으로써 수사의 효율을 높이고 특히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인 듯하다. 반면 김형태(金亨泰)특별검사보측은 그럴 경우 검찰측의 입김으로 독립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양측의 자세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말은 다르지만 양측 모두 제대로 된 수사를 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싶다.

▽어느 제도든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20년을 지탱한 미국의 독립검사제도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놓고 수없는 논란과 비판을 겪어왔다. 특검제는 우리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실험인만큼 지금은 무엇보다 운영의 묘를 살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특검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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